2-6. 글쓰기를 꾸준히 시킬걸

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by 페르세우스

SQ(Study Quotiont)를 키우는 교육 6 : 글쓰기를 꾸준히 시킬걸(연필을 잡고 뭐라도 쓰면 그게 글쓰기의 시작)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담론은 재치 있는 사람을,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프란시스 베이컨-



SNS를 통해서 아무나 글을 쉽게 쓸 수 있는 1인 작가 시대가 열린 지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수많은 개인 블로거들은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쓰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든 글쓰기 전문 플랫폼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글쓰기 관련 책의 판매량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어른이 되었고 직장을 가지고 있는데도 왜 끊임없이 쓰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요?

글쓰기가 직장인들에게 상당히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직장인 5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조사:마크로밀엠브레인)를 보면 확연해집니다. 보고서와 문서작성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으며(88.4%) 글 쓰는 능력이 성공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77.7%)고 응답을 했습니다. 쓰기 능력은 업무능력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직장에서 쓰이는 기획서, 보고서, 제안서 심지어 경위서까지 모두 글로 상대방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 글을 못 쓰면 졸업을 못 하는 하버드 대학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는 90% 이상이 글쓰기 능력이 자신의 업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익스포스(Expos)라는 글쓰기 프로그램은 수강하지 않으면 졸업장을 받을 수가 없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대학들이 학생들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부분 중 하나는 ‘얼마나 논리적·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의 저자 송숙희 작가는 하버드 대학교의 명성은 글쓰기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아이비리그의 저명한 교수들 역시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은 글쓰기를 따라올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 대학인 서울대학교는 어떨까요? 서울대에서는 2018년부터 글쓰기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회 각 분야의 잠재적 리더에게 요구되는 의사소통의 핵심역량인 글쓰기 능력 강화를 위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지원을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취지는 매우 훌륭합니다만 그 결실을 얻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2019년 평가자료에 따르면 인문대 신입생의 약 3분의 1은 낙제점 수준의 글쓰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능력은 짧은 기간의 벼락치기로 쌓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이렇듯 글쓰기는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영역입니다.



◇ 한국에서 바칼로레아라니!

글쓰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또한 글쓰기입니다. 꾸준히 쓰는 연습을 해보지 않은 경우라면 자기 생각을 글로 풀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렵다고 뒤로 미뤄둘 수만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도 글쓰기는 계속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받을 테니까요.

현재의 대한민국 교육과정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 국제 바칼로레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칼로레아는 1808년 나폴레옹 시대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국가시험입니다. 시험 문제는 프랑스의 지성을 가늠하는 잣대로서 널리 인식되어 있습니다. 대입자격 시험으로도 활용되며 비중이 높은 철학 시험은 4시간 동안 1개의 주제로 논문 형태로 작성합니다.

제주와 대구교육청에서는 이미 IB의 한국어화 관련 추진 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바칼로레아를 통해 개념 이해와 탐구의 교육방식과 논술 및 서술형 평가 체제를 갖추겠다는 의도입니다. 일부 대학교에서만 선별적으로 시행되었던 논술시험을 대학입시 전체에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물론 수시 제도의 불합리함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수능으로만 평가하는 정시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등 당장 모든 것이 변화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평가 방법이 마련된다면 앞으로 입시에서 글쓰기를 통해 그 사람의 학업 수준과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주장은 점점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5개의 보기 중에 답을 정하는 방식으로 그 사람의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대학입시에서 바칼로레아를 치른다는 것은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학교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치르는 광범위한 수행평가는 자소서, 서평, 보고서, 감상문, 역사 및 수업 일기 등 글쓰기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되어서 깨닫는다면 아마도 아이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 글쓰기를 시작하는 아이는 3줄 쓰기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시켜보려 마음을 먹어보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실 겁니다. 독서 논술 학원이라도 보내야 하나, 일기나 독서록부터 시켜야 하나 생각이 많아집니다. 저 역시 그런 고민을 했던 평범한 아빠 중 한 명이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1학년 때는 연필을 잡고 따라서 쓰는 것조차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윤희솔)을 통해서 솔루션을 발견했습니다. 하루 3줄 글쓰기는 『아홉 살 마음 사전』에 들어있는 감정 하나를 넣어 하루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딱 3줄만 써보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분량을 정해두지 않고 쓰는 일기는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와 달리 3줄 쓰기는 분량이 정해져 있어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글을 정말 쓰기 싫어하는 아이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괴롭다’는 단어가 그날의 키워드라면 그 말을 넣어서 내 생각이 들어간 글을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첫술에 배부를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세요. 아이가 가진 능력은 늘 그렇듯 대각선 그래프처럼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처럼 올라갈 것입니다. 초반에는 눈에 안 찰 수 있습니다. 맞춤법 지적, 분량 지적, 주제 지적 모두 일단 습관으로 글쓰기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참아주세요. 칭찬만이 아이의 연필을 달리게 하는 제일 중요한 연료입니다.

3줄 쓰기가 익숙해지면 문장을 늘려 갑니다. 이는 『초등 공부,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의 김성효 선생님이 제안한 방법입니다. 기본형의 문장에 수식어를 넣어 긴 문장으로 만드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나는 먹었다”라는 기본 문장에 하나씩 수식어를 넣어서 늘려나가 보면 “어제 나는 우리 반에서 제일 친한 친구 재희와 함께 하늘에서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를 뚫고 우리 동네에 있는 분식집으로 가서 바삭바삭한 오징어튀김과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다”라는 문장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문장의 기본 구조에 대해서 익힐 수 있을 뿐 아니라 명사, 관형사, 부사 등 꾸미는 말을 다양하게 익힐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 20년 일기 인생

저는 2001년 12월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햇수로는 22년째입니다. 현재 상자에 보관된 일기장은 25권이 넘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시작은 참 미약했습니다. 군입대 후 훈련소에서 밤에 쓰라고 준 수양록이 그 시작이었으니까요. 저녁 시간에 딱히 할 일이 없어 계속 쓰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습관이 되었습니다. 쓰지 않으면 왠지 찜찜했으며 쌓이는 일기장을 보면서 자기 효능감도 많이 올라감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일기를 차곡차곡 써오면서 얻게 된 선물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글쓰기 연습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작가의 꿈을 키워준 제일 큰 동력이었던 셈이었죠.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일기 쓰는 습관을 빨리 만들어 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저녁시간에 삼부자가 함께 일기를 씁니다. 제가 쓰는 동안 옆에서 함께 하다 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 습관으로 되었던 것이죠.

일기 쓰기는 무척이나 귀찮은 작업입니다. 영화 《메멘토(단기 기억 상실증을 다룬 영화)》처럼 어찌 그렇게 일기의 소재가 생각이 안 날까요? 그렇지만 꾸역꾸역 짧게라도 계속 쓰다 보면 일기처럼 습관을 들이기 쉬운 것도 없습니다. 수학 문제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글쓰기처럼 높은 문장력이나 창의력을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내 맘대로 해도 되는 자율성이 최대로 보장되는 작업입니다.

아이들의 일기 쓰기를 지도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것을 하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일기는 초반에거부감이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진짜 하기 싫어한다면 글감 찾는 것을 도와주거나 한 줄만이라도 시작할 수 있도록 의지를 북돋워 주세요.

두 번째는 아이들이 일기 쓰기에 조금씩 습관이 들기 시작한다면 일기 내용이나 쓰는 방식에 대해 간섭하지 않아야 합니다. 내용은 물론 글씨체, 띄어쓰기, 맞춤법에 대한 지적도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일기 쓰기가 온전하게 습관이 된 뒤부터 개선해야 할 부분을 짚어줘도 늦지 않습니다. 대신 칭찬과 격려는 아끼지 마세요. 아이들이 익숙해지면 시를 쓸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추천합니다. 가끔 일기를 너무 쓸 것도 없고 쓰기도 싫다고 투정을 부릴 때는 간단하게라도 시를 쓰는 습관을 키워준다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아이가 일기를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되 산만하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짧은 시간 동안 집중을 해서 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일기도 나름의 창작활동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집중은 필요합니다. 일기를 쓸 때 지나치게 어수선한 환경에 노출되고 그로 인해 쓰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아이는 쓰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아이들의 그동안 썼던 일기, 시집_참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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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 말고도 글쓰기를 연습할 방법 : 소통 일기

일상생활에서 일기만 글 쓰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소통 일기와 편지 쓰기도 좋습니다. 소통 일기는 키워드나 한 가지 주제를 주면 아이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씁니다. 부모는 그것을 읽고 답장을 써주는 형식이죠. 저희 집에서는 권귀헌 작가의 『소통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주었습니다. 글솜씨가 향상되며 글씨 교정의 효과도 얻었습니다. 제일 큰 소득은 글을 통해서 아이와의 교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은가요?”, “나에게 돈이 10억이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등 기상천외한 질문이 많습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생각을 아이가 먼저 글로 쓰면 부모는 그 내용을 읽고 짧은 답변을 쓸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소에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로는 쉽지 않았을지도 모를 주제로 아이의 속마음을 글을 통해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를 통해 교감을 더 많이 형성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조금 더 부지런한 부모님이라면 아이들에게 묻고 싶은 주제를 뽑아내 직접 소통 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나에게 하루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아빠와 엄마가 가기 싫은 학원을 보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빠와 엄마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같이 주제는 무궁무진합니다.

소통이라는 것을 말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편견입니다. 스킨십으로도 할 수 있으며 글로도 교감을 나눌 수 있습니다. 글쓰기 실력도 키우고 아이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도 얻을 수 있으니 꽤 유용한 방법인 셈입니다.

이 정도로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면 『기적의 독해력』 시리즈나 『뿌리 깊은 초등 국어 독해력』 같은 독해 문제집으로도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문제집을 고를 때 교재가 학년별로 나뉘어 있더라도 아이의 문해력 수준을 가늠해서골라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절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까지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 양원주


‘청사(靑史)에 길이 빛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종이가 없던 시절 고대 중국에서 푸른 대나무에 역사를 기록한 것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역사가들이 어렵게 기록한 글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 시대에 살지 않았더라도 그때의 이야기를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결국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됩니다. 무엇이든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놓는다면 그것은 아이의 흔적이 될 것이고 아이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아이는 그 글을 밑거름으로 꾸준히 성장해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값진 결실을 수확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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