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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1. 2022
눈 치우다가 발견한 다양한 인간유형
꽤 재미났던 리서치
잘 자고 일어난 이른 아침, 저는 밖을 내다보면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이 올 거라는 일기예보를 미처 접하지 못하고 잤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창밖에 쌓여있는 눈을 보면서 저와 아이는 완벽하게 반대되는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아이들은 "우와!"라고 했지만
저는 출근길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눈에 선했기에 "어우 C"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죠.
평소보다 10분 빨리 나선 출근길은 시작부터 기가 막힌 모양으로 만들어진 고드름이 맞아주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고드름이!!
회사로 향하는 길은 모두 대로라고 불리는 넓은 길이라 이미 염화칼슘이 넉넉하게 뿌려진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눈길임에도 차가 움직이는 경로를 크게 방해하지 않았기에 제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주차를 하고 난 뒤 마치 겨울왕국처럼 새하얗게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눈꽃들로 눈호강을 하고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박효신의 눈꽃이 절로 생각나는 아름다운 눈꽃들
하지만 눈호강으로 감수성을 급속충전한 것도 잠시뿐이었습니다. 금세 사무실로 공지사항이 전달됩니다. 필수인원을 제외하고 전 직원은 사옥 정문과 후문에서 제설작업에 참여하라고 말이죠. 아마도 오늘 눈이 많이 내린 많은 곳에서는 출근하자마 눈을 치우는 작업을 하신 분들이 많으셨을 겁니다. 그렇게 2~3cm, 강수량으로 단순히 계산하면 20~30mm나 쌓인 눈들을 정리하러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생각보다 꽤 쌓여있던 눈
후문 쪽에 쌓여있던 눈들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오랜만의 폭설이라 더 크게 와닿았던 모양입니다.
이미 출입문 근처에는 빗자루, 제설삽, 넉가래, 그냥 삽까지 다양한 도구들이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경기도 연천에서 군생활을 하면서 제설작업이라면 징글징글할 정도로 했던지라 어떤 도구를 쓸지는 보자마자 정해두었습니다. 바로 넉가래입니다.
왜냐하면 넉가래는 손이나 팔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밀어서 일을 할 수 있어서 오래 하더라도 크게 몸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무슨 도구를 사용하든지 간에 30분 넘게 하게 되면 힘듭니다.
8시 40분 정도부터 30~40분 정도의 제설작업이었지만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하면서 나름대로 재미도 느꼈습니다.
1. 제설업자형 : 눈을 치우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말도 안 하고 일만 하는 유형, 돈을 줘도 저렇게는 못할 듯
2. 적당히적당히형 : 존재감은 드러내되 크게 무리하지 않으며 적당한 선에서 참여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후퇴를 하는 유형
3. 입만제설업자 형 : 도구는 들고 있으나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시답잖은 대화를 시도하며 계속 농땡이를 치고 구경만 하는 유형
4. 얼굴도장형 : 이런 자리에 빠지면 찜찜하니 참여는 하지만 잠깐 얼굴도장만 찍고 10분도 안 돼서 사라지는 형
5. 궁시렁형 : 일은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불만이 많아 계속 투덜거리는 유형
6. 나는몰라형 : 다른 사람들은 일을 하든 말든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 사무실로 들어가 버리는 유형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서 딱히 화가 나기보다는 재미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여러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과연 어떤 유형이었을까요? 전혀 원치 않았지만 불행하게도 저는 짝꿍을 잘못 만나서 30분이 넘도록 주차장에 잡혀있었습니다. 1번 제설업자형처럼 일을 하고 말았죠. 제가 추구하는 유형은 2번이었지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주차장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구간을 짝꿍과 함께 치웠는데 다 마치고 나니까 손이 오전 내내 떨렸습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랬는지 모르겠지만 전후 사진을 찍어놓으니 뭔가 하긴 한 듯합니다.
눈 치우기 전
눈 치우고 난 뒤
한 줄 요약 : 동료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싶을 땐 꼭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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