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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Dec 22. 2022

사라진 신발

그걸? 굳이? 왜?



 이번 달 초에 겪은 실화입니다. 아내가 오랜만에 친한 엄마들과 함께 저녁 모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로 인해 알게 된 사이여서 아이들도 함께였죠. 모임을 한 장소는 동네에서 가장 큰 홀과 놀이방을 가지고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거기서 즐겁게 모임도 하고 회포도 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했습니다. 그 시간에 저도 나름대로 혼자 집에서 자유시간을 가지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아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집에 들어오지 않고 전화를 하는 건 딱 두 가지 정도 이유입니다.


1. 원래 계획했던 시간보다 귀가가 좀 더 늦을 수도 있다.

2. 우리 집에 사람들을 데리고 와도 되겠느냐?




 딱히 둘 다 상관이 없었는데 아내가 전화를 한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신발장에 넣어둔 운동화가 없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산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제품이었죠. 반면 신발 자체는 15만 원 정도 하는 비싼 제품은 아니었기에 제 기준에서는 의아했죠.

사건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이미지입니다




 당연히 자신의 물건이 도난당했기에 아내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다행히 식당에서는 분실된 신발을 찾는데 적극적으로 조치를 해준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술에 취한 손님들이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날 밤은 분을 참지 못하고 콧김을 내뿜는 아내의 울분을 들어주면서 지나갔습니다. 분실된 신발은 다음날이면 금방 해결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하루가 지나간 뒤에도 식당에서는 신발을 잘못신고 갔다는 연락을 해온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경찰에 도난신고를 하기로 했습니다. 직접 112에 사건접수를 하기에 이르렀죠.



 그러고서 며칠 뒤, 경찰의 입회 하에 CCTV를 식당에서 확인하고 범인은 결국 꼬리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범인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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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생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고등학생이었다는 말을 듣고 아내와 저는 충격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신발을 훔치고 난 뒤 그 아르바이트 생은 태연하게도 그 사건을 알면서도 일요일에 출근을 했다는 것이죠.

 

 자세하게 사간의 내막을 들어보니 종류가 같았던 자신의 낡은 신발을 놔두고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아내의 신발을 몰래 신고 갔던 것입니다. 그것도 사이즈가 다른데도 말이죠.

안타깝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식당에서는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 뒤 사법적인 절차와는 별개로 신속하게 변상처리를 해주었습니다. 저희는 내막이 밝혀졌기에 신발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신발은 경찰의 수사를 마친 뒤 검찰의 증거물로 제출되어 있는 상태라고 하더군요. 며칠 전에는 경찰서로 사건 조서를 쓰러 와달라는 요청도 받고 함께 갔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사건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경찰서에는 밤 시간에 갔는데 공교롭게 출입구 앞에서 당직을 서고 계신 분이 저와 함께 학교폭력심의위원을 하고 계신 SPO 경위님이셨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초범이라면 부모님의 지도가 있다는 전제 하에 법적인 처벌을 심하게 받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은 범인도 찾았고 보상도 받았으며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조서를 썼지만 그리 편치는 않았습니다.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이기에 아마 부모님한테도 연락이 갔을 테고 그 아이이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그리고 예전에 동네 문방구에서 주인할아버지 몰래 액세서리를 주머니에 넣던 초등학생을 봤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눈으로 똑똑히 봤지만 저는 그 아이를 제지하지 못했죠.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를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기드라마였던 스카이캐슬에서도 극 중 예서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번 일에 대해서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아이들의 생각도 듣고 제 생각도 열심히 나눴습니다. 의외로 자녀교육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 줄 요약 : 의외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모르는 아이가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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