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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다가 할머니에게 납치당한 사연
by
페르세우스
Feb 27. 2023
바로
지난주에 제가 겪었던 실화입니다.
약속이 있어서 2,3호선 교대역 근처를 지나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는 정해진 시간이 다 되어서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죠.
그때
마침
갑자기 할머니 한 분께서 제 앞을 가로막으
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연
세가 최소 일흔은 족히 넘어 보이던 그분의 손에는 무언가가 넉넉히 담긴 하얀 비닐이 들려있었습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그냥 헬스나 골프, 요가 등의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시는 분인줄 알고 슬그머니 고개를 숙인 채
지나가려 했습니다.
평소에는 잘 받는 편이지만 부피가 큰 것이 왠지 모르게 찝찝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나가는 여러 명의 사람 중에서 제가 할머니께 간택되었던 모양입니다. 그 할머니께서는 제 앞을 막아서듯 접근하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할머니께서 제게 말을 넌지시 던지십니다.
"총각, 이거 좀 한 번
만
보고가."
일단 도무지 무슨 말을 하시는지 알 수 없었고 물어볼 생각도 없었습니다.
제가 또 총각이라는 말에 흔들릴 사람도 아니었죠.
약속시간이 임박한 상황이라 다시 고개를 숙이며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고 몸의 방향을 비틀면서 할머니를 지나치려는데!!!
할머니께서는 강한 의지로 다시 제 앞을 막아서시며 이렇게 말하십니다.
"총각, 나 총각을 못 데려가면 점심 쿠폰을 못 받아서 밥을 못 먹어. 그러니까 저기 잠깐 구경만 하고 가자"라고 말이죠.
할머니의 손가락이 향한 곳은 동해 바닷가 지역 어딘가에 지어놓고 일반임대를 하려고 하는 건설회사(초면인 회사)가 임시로 꾸려놓은 모델하우스 사무실이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그 사무실에 고용된 일일 알바생이셨고요. 이렇게까지 간곡히 말씀하시는데 뿌리치고 갈 정도의 인정머리는 아니었기에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할머니는 계속 손으로 저를 티
안 나게 모델하우스 방향으로 미시더군요.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니 여섯 명의 정체 모를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어서자마자 그 여섯 명이 동시에 저를 쳐다보더군요.
저는 최후의 보루로 이름과 연락처를 가짜로 쓰면서 "시간이 없어서 조금밖에 못 본다"는 말을 미리 모델하우스 담당자들에게 했습니다.
할머니께 행여나 불이익이 갈까 싶어서요. 할머니는 저를 모델하우스 안으로 밀어 넣으신 뒤 만족해하시면서 구경 잘하고 가라시며 그 사무실을 유유히 떠나셨습니다.
흰 봉지에 들어있던 사은품(곽휴지, 행주)
2탄에서 계속
한 줄 요약 : 할머니, 그때 그 총각이에요. 그날 식사는 잘하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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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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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생 쌍둥이 아들 둘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내용을 글로 쓰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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