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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Dec 20. 2021

5-6. 유대인 교육(경제교육)을 제대로 시도해볼 걸

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MQ(Money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6 : 유대인 교육(경제교육)을 제대로 시도해볼 걸


두툼한 지갑이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텅 빈 지갑은 확실히 나쁘다    -탈무드-     



 얼마 전 편의점에서도 명품을 팔기로 했다는 내용의 흥미로운 뉴스를 접했습니다. 여행을 비롯한 여가활동의 선택 폭이 좁아져 보복 소비를 하는 젊은 세대가 주고객이라고  합니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10/1112750/)

 ‘욜로(한 번뿐인 인생으로 나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플렉스(부나 고가품을 뽐낸다는 뜻)’는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에 조금 더 가치를 두는 소비활동을 통칭하는 신조어입니다. 이 밖에도 대놓고 부자가 되는 데 방해가 되는 소비와 관련된 시발비용(스트레스로 인한 충동소비), 멍청비용(멍청해서 생기는 비용), 쓸쓸비용(외로움을 떨치기 위한 소비)과 같은 표현도 있습니다.

 이런 문화에는 곧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벌어도 집 한 채를 사기 힘든 안타까운 현실도 상당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 어떤 이들은 부지런히 노력해서 본인이 뜻하는 경제적인 목표를 달성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서 가르치면 쓸데없는 짓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부모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당연히 돈에 대해서 잘 알면 좋다고 답을 합니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가진 분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자녀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바빠지다보니 점점 경제교육을 시킬 기회가 줄어들게 됩니다.       



◇ 돈 공부가 뭣이 중헌디?

 일단 대학 입시부터 마무리하는 것이 부모의 지상 최대의 과제이다 보니 경제교육은 우선순위에서 가장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돈의 가치에 대해서 스스로 깨우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행여라도 아이가 생각이 트여서 돈을 스스로 벌어보고 경제개념을 배워보겠다고 해도 부모 입에서는 “너는 그런 걱정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부모는 경제공부가 아이의 미래에 별다른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가 대부분 알아서 사줍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는 돈의 가치나 소중함에 대해서 알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며 경제관념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돈이 부족해서 또는 비싸서 살 수 없다는 부모의 말에 아이는 이렇게 대답하게 될 것입니다. “카드로 사면 되잖아요.” 

 부모로서 맡은 제일 큰 숙원인 대학교 입시를 마친 뒤에는 아이가 스스로 돈에 대해서 배울 수 있을까요? 경제교육을 받는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그럴 이유는 느끼지 못합니다. 돈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학에 가서는 취업준비를 해야 합니다. 경제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핑계를 대기도 좋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필요한 것은 모두 부모님이 알아서 챙겨주셨기에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이는 알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큰 경제적인 위기가 오고 나서야 돈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처절한 후회와 고통만 배우게 될 것입니다. 

 저는 돈의 소중함을 처음 깨닫게 된 계기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통해서였습니다. 갖고 싶은 고가의 브랜드 가방이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사주시지 않을 것을 알았습니다. 그냥 포기하기는 싫어서 생각해낸 것이 신문 배달이었습니다. 부모님 몰래 했던 과감한 도전은 보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움직였기에 학교에서는 꾸벅꾸벅 졸게 되었고 그로 인해 학교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십만 원도 되지 않는 보름치 월급을 받고서 저는 처음으로 돈의 소중함과 더불어 부모님께 감사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가 그 가방은 결국 사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 고생을 하고 번 돈을 가방 하나를 사는 데 차마 다 쓸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때의 경험은 제게 큰 교훈을 주었습니다.       



◇ 돈이라면 감옥도 갈 수 있어?

  “이제 돈으로 사겠어.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가을동화에서 원빈이 송혜교를 향해 날렸던 진부한 이 대사는 본질만 살펴보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말입니다. 사람을 비롯해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니까요. 부자가 되기 위해 돈을 버는 방법을 아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은 돈이 모든 것보다 우선시 되지 말아야 하며 절대 돈으로 모든 것의 가치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시킨다면 동시에 이런 가치관에 대한 교육도 철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에 대한 가치를 제일 위쪽에 두었을 때 오는 부작용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는 2018년 ‘법의 날(4월 25일)’을 맞아 대학생 3,656명을 대상으로 법의식 설문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습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만약 10억 원을 주면 1년 정도 교도소 생활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51.39% (1,879명)가 “동의한다”라고 대답했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2563752)

 돈이 아이가 생각하는 가치 순위에서 제일 앞서 있게 된다면 나중에 어떤 참담한 결과가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올바른 경제관에 대한 교육도 중요합니다. 



◇ 돈에 대한 개념은 어릴 때부터

 아이가 무언가를 사려고 할 때 무심코 하는 말이 있습니다. “별로 안 비싸네.” 당연히 아직 잘 몰라서 그렇겠거니 하고 한두 번 정도는 넘어갑니다. 다만 이런 경험이 누적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돈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줘야 합니다. 예전 어른들은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땅을 파봐라. 백 원이 나오나!” 시대는 많이 변했고 ‘라떼는 말이야’ 같은 식상한 잔소리로는 돈의 소중함을 아이에게 알려주기 어렵습니다. 

 일단 아이에게 돈의 쓰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마트에 갔을 때 틈틈이 물품 가격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교육 방법입니다. 지난 여름 무더위로 인해 야채 가격이 많이 올라 5,990원에 판매되는 시금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동네 마트의 시금치 가격은 2,000~3,000원 정도입니다. 아이들과 지금의 시금치 가격이 평소보다 얼마나 올랐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돈의 가치에 대해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이와 관련된 일로 돈을 쓴다면 돈에 대한 내용을 틈틈이 알려준다면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놀이처럼 만들어주는 것도 아이에게는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마트 물건 중에서 2,500원에 제일 가까운 물건을 찾아오라든지 제일 가격이 낮은 물건을 찾아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개그맨 고명환 씨는 인터뷰 때 자신의 소비 방식을 김생민 씨의 방식과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김생민 씨는 커피를 마시는 데 쓸 비용을 아껴서 다른 곳에 투자하는 쪽의 방식이라면 고명환 씨는 자신은 일의 능률을 높여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커피에 돈을 투자하겠다고 말이죠. 

 이 돈을 아껴서 모으는 방법과 돈을 더 많이 버는 방법 중에서 정답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둘 다 장단점이 있으니 자신의 성향에 맞는 방법을 고르면 됩니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모든 소비를 할 수는 없음을 알고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는 지혜는 꼭 필요하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욜로나 소확행은 나쁘고 절약이 미덕이라고 가르칠 필요는 없지만 한 번 정도는 이와 같은 주제로 아이와 함께 대화해보시길 권합니다.    



◇ 돈에는 예외가 없다

 자녀들의 경제교육 기조를 잘 유지하다가도 흔들리게 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친지나 지인이 아이에게 용돈을 줄 때입니다. 어른들은 그 가치의 무게를 금방 깨달을 수 있지만 아이는 뜻밖의 불로소득에 신이 날 뿐입니다. 적게는 몇 천 원, 많게는 몇 만 원의 가치가 너무 쉽게 오고 가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느끼기에는 갑작스러운 마법과도 같습니다.

 이럴 때 원칙 없이 돈을 아이 뜻대로 사용하게 해 주면 그동안의 교육이 물거품이 됩니다. 물건이라면 어쩔 수 없더라도 돈에 대해서는 아이가 정확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주실 때는 맛있는 것이나 학용품을 사라는 명목으로 용돈을 주시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써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 명절에 받은 용돈을 어머니께 모두 빼앗겼습니다. 야속하다고 느꼈지만 제 대학 등록금에 보태시겠다는 말씀에 반박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 돈은 나중에 고스란히 그 목적에 쓰였고 지금에야 왜 그렇게 하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알맞은 경제교육 없이 아이의 자율에 전적으로 맡겨두면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서 여러 사건 사고가 생깁니다. 동화 『들키고 싶은 비밀』에서는 경제관념이 없는 은결이가 찬장에 숨겨둔 엄마 지갑 속의 돈에 손을 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몰래 가져온 돈으로 적은 금액의 간식을 사 먹기도 하지만 점점 대담해집니다. 나중에는 꽤 가격이 비싼 장난감 자동차를 친구와 하나씩 나눠 갖습니다. 결국 친구 엄마를 통해서 모든 것은 들통이 나고 맙니다. 

 아이에게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시켰다면 좀 더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을까요? 경제교육은 이름과 달리 그리 거창하거나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일단 첫 번째 시작은 아이 명의로 된 통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희 집도 아이들 명의로 한 개씩 통장을 만들어서 관리 중입니다. 아이와 함께 은행을 가서 통장을 만들고 관리하는 방법도 가르치면 아이에게도 여러모로 좋은 경제교육이 될 것입니다. 


※ 다만 스스로 돈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집안일을 돕게 하고 그에 따른 용돈을 주는 방식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집안일이라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함께 하며 그를 통해 이타심을 배우는 것인데 금전적인 보상이 생기면서 역효과가 날 수 있고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네가 그걸 갖고 싶다면 나를 설득해보렴

아이들은 보통 어른 기준에서 불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사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갖고 싶을 때 어렸을 때는 떼를 쓰지만 자라면서 그 빈도는 줄어듭니다. 다만 커가면서 원하는 물건의 가격이 점점 높아지면서 금전적인 압박도 커집니다. 이럴 때는 마냥 사주는 것도 좋지 않고 마냥 거절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모를 설득해보라고 제안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블록 조립을 좋아하는 큰 아이가 또 다른 모델의 블록을 갖고 싶다고 웃으며 다가와 말했습니다. 만들 때만 신나고 그 뒤로는 보기 좋은 쓰레기의 대표주자인 블록은 어느 집이나 골칫덩이일 것입니다. 하지만 웃는 얼굴에 단호한 거절은 힘들었고 고민 끝에 아이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해서 저를 설득해보라고 말했습니다. 

1. 제품의 최저 가격은 얼마이며

2. 이 제품을 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지 

3. 이 제품을 가졌을 때 어떤 장점이 있으며 

4. 집에 이 제품과 비슷한 것은 없는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한다면 글로 써서 의견을 표현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과정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면 부담 없이 그냥 없었던 일로 하면 됩니다. 이런 저의 제안에 작은 녀석은 쉽게 포기를 했고 큰 녀석은 완성품 블록을 처음에는 고집하다가 위에 언급한 질문으로 고민을 해보더니 원래 요구했던 제품이 아닌 부품을 파는 사이트에서 원하는 개별 부품들을 자신이 모아둔 돈으로 사겠다며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스스로 고민을 한 끝에 만족할만한 대안을 찾게 된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얻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단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아니면 원하는 물건인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됩니다. 더불어 부모를 설득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논리력과 표현력도 기를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돈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민감하고 부끄러운 주제일수도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부모의 경제력과 비교되는 대상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제교육을 통해서 아이는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부모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에 대해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를 통해서 돈을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진정한 경제교육의 시작이라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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