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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Nov 24. 2021

5-3. 다름과 틀림, 차이와 차별을 제대로 알려줄걸

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MQ(Moral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3 :  다름과 틀림차이와 차별을 제대로 알려줄걸


모든 색은 어둠 속에서 똑같아진다   -프란시스 베이컨-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씁쓸한 뉴스를 접했습니다. 일반분양과 저소득층 임대로 공급된 아파트 단지에서 일반분양 입주민들이 임대공급 아파트의 아이들과 초등학교를 다르게 해달라고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가 시끄럽다며 입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놀이터를 거주민들에게만 개방한 아파트, 길 건너편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시간에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입구를 펜스로 막아버린 아파트까지 이와 유사한 사례는 많습니다. 아이들과 이런 뉴스를 보며 혀를 차지만 혹시라도 저 역시 그런 마음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과학적으로 부모 자신이 이기적이라면 아이 역시 이기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유전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울 테니까 말입니다. 내 아이를 좀 더 인간답게 키우려면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부모의 말과 행동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 배려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제 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은 ‘장애 통합반’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나이가 같은 친구에 비해 신체나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아이들과 평범한 아이들이 함께 교육받는 것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4살 때 장애 통합반에 배정되면서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친구를 위한 배려를 배우는 기회가 되었기에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일부 부모님들이 장애 통합반에서 우리 아이를 빼 달라는 요구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장애 통합반이 아이들의 정서적인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말씀드리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민원은 매년 반복됩니다. 

 당연히 내 아이의 입장에서도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돌발행동이 많은 아이들이다 보니 아이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내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관심이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이런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배려를 배웁니다. 자연스럽게 친구를 도울 기회를 얻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자기효능감도 키울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쉽게 배우기 힘든 이타심을 배우는 것입니다. 

 최근 외국에서는 장애인을 지칭할 때 일반적으로 ‘다른 장점을 지닌 사람’이라고 합니다. ‘장애를 지닌 사람’이란 명칭도 ‘People First 운동’에 의해 장애를 사람 뒤에 써서 ‘Disabled Poeple’이 아니라 ‘People with Disability’라고 쓴다고 합니다. 이렇듯 사회적인 약자를 위한 배려는 교육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요즘 다름을 받아들임으로써 올바른 가치관을 추구하는 통합교육은 시대의 흐름입니다. 유엔이나 유니세프 같은 여러 국제기구에서도 평등과 통합, 정상화 이념을 통한 교육방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몸이 불편한 분들을 비롯한 소수를 위한 배려는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해왔기 때문에 더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항상 더 나은 쪽, 좋은 쪽에 위치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항상 상대방이 처한 입장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 교육은 중요합니다.



◇ 너와 나는 근본이 달라?!

일전에 교장 선생님께 전해 들었던 ‘ㅇㅇ키즈’에 대한 에피소드도 웃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강남의 ㅇㅇ초등학교에서는 눈에 띄거나 뛰어난 아이들이 있으면 엄마들이 이렇게 묻는다고 합니다. “걔, ㅇㅇ 키즈야?” ㅇㅇ 키즈란 중간에 전학을 온 것이 아닌 입학할 때부터 ㅇㅇ초등학교를 다녀야만 얻을 수 있는 칭호라고 합니다.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그런 단어를 어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만들었을까요? 아마도 너와 나는 다르다는 것을 구분해서 상대적인 우월감을 나타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이것보다 더 충격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한 초등학교의 2학년 학생이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무슨 일로 화가 났는지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갔었다고 합니다. 조금 뒤 수업 도중에 문을 열어젖히고는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야, 이 거지 ㅅㄲ들아!”라고 말이죠. 알고 보니 그 아이는 그 동네에서 제일 비싼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고 있던 친구였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마치 신라 시대의 폐쇄적인 신분제도였던 골품제를 연상시킵니다. 성골 > 진골 > 6두품 > 5두품 순으로 나뉘는 골품제는 신분의 경계가 극명하게 나뉘고 신분 상승도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는 신라가 멸망하게 된 제일 큰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대에 살지만 돈이나 학력이 큰 힘이자 능력으로 평가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신분으로 나뉩니다. 물질적인 능력을 다른 중요한 가치들보다 우선시하는 이런 행태를 천민자본주의라고 합니다. 

 전학을 왔든 사는 곳이 다르든 간에 이런 터무니없는 잣대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면 그 아이는 결국 또래들 사이에서 고립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 우월감은 사람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가

  《EBS 다큐프라임 ‘공부의 배신, 나는 왜 너를 미워하는가?’》 편에서는 경쟁과 평등, 차이와 차별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해줍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은 다양한 형태의 수시모집으로 입시전형을 치릅니다. 아시다시피 수시모집 제도는 교육의 대물림과 공정성의 문제로 최근에도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프로그램은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문제점을 다룹니다. 대학 안에서 전형에 따라서 새로운 계급사회가 형성되는 점에 대해서 말이죠. 대학의 입학전형은 크게 일반전형(대부분 특목고 또는 자사고 출신)과 기균(기회균등), 지균(지역균등)으로 나뉩니다. 기회균등 전형은 농어촌 학생, 저소득층 학생, 농·생명 고교 계열 졸업예정자, 장애 학생, 북한 이탈 학생 등이 지원 가능한 전형이며 지역균등 전형은 일종의 지역 할당제입니다.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명문대에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명문고를 졸업한 학생들이 기균이나 지균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나는 소위 명문고라고 불리는 학교에서 잠까지 줄여가며 열심히 공부해서 이 대학교에 왔다. 기균이나 지균을 통해 입학한 아이들은 나보다 고등학교 때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았고 성적도 좋지 않은데 입학했다. 이것은 공정한 방법이 아닌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는 것입니다. 

 일견 일리가 있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수시모집의 취지는 일반적으로 현재에 대한 평가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지만 지금 성적을 포함해 발전 가능성, 전공 적합성, 인성까지 모두 두루 살펴보며 인재를 뽑겠다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설사 제도적인 문제점이 있더라도 제도가 아닌 사람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한다는 것은 올바른 해결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불만은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편 가르기 형태의 행동으로까지 표출됩니다. 대학교 개강 파티, 만우절 때 자기의 출신 고등학교 교복을 입는 이벤트를 통해 출신학교를 구분하고 그 안에서 그들끼리 계급과 서열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분명히 나보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 아이가 함께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매우 불합리하다며 견디기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불완전한 제도로 인한 발생한 안타까운 폐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본질은 따로 있습니다. 아이들의 목표는 대부분 좋은 고등학교를 진학해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입니다. 궁극적인 교육의 목적이 대학 입학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쉼 없이 달려가기만 하다 보면 결국은 그렇게 되고 맙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인성교육은 뒤로 미뤄두고 초중고 12년 동안 끊임없이 경쟁하며 정육점의 한우처럼 등급과 등수, 이름값에만 얽매이는 기성세대와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이 이러한 사회문제를 만든 것입니다.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부모부터 올바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이와 차별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불합리하게 차별하지 않고, 또 억울하게 차별당하지 않으며 살 수 있습니다. 내가 강자가 되어 누군가를 차별할 수 있다면 반대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약자로 취급되어 차별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이미 다양한 유형의 편 가르기가 나타납니다. 제 회사에서도 이미 남녀, 노소, 직군, 직급, 지역, 학력 간의 갈등이 존재합니다. 편견과 차별의 종착역은 고립입니다.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능력이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슬기로운 지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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