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진 뜻밖의 장점이자 소신은 '남을 부러워하지 않는다'입니다.
굳이 현재의 상황만 하나씩 따져보자면 저는 시골에서 태어났고 집이 그리 부유하지도 않았고 키나 덩치도 평균 이하이며 얼굴도 그리 잘생기지도 않았고 성격은 생각보다 예민할뿐더러 평소 비염이나 아토피 피부염을 달고 삽니다.
쓰다 보니 뭐가 많네요. 부디 어머니께서 상처받지 않으시길.. ^^;;
하지만 단연코 이런 문제들로 지금까지 부모님에게 서운함이나 원망하는 마음을 가져본 적도 없고 SNS에서 남들의 삶을 보면서 부러워해본 적도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 겪고 삶의 어려운 부분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 비하면 불편한 정도일 뿐이고 제가 노력하기에 따라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제가 그 어느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의외로 소소한 부분들에 부러움을 느끼기는 합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음감에 매우 무심한 아버지와는 달리 다행히도 어머니의 성향을 닮아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회사 합창단을 3년 넘게 하기도 했으며 어쭙잖은 실력을 높게 평가해 준 호의로 지은들의 축가도 서너 번 불러보았으며 여러 행사 때 노래를 불러본 경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동안에도 오랜 시간 동안 느껴왔던 아쉬움이 있었으니 바로 둘이서 함께 부르는 노래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 중에는 혼자서 모두 부르기 힘들거나 화음이 들어가면 훨씬 좋은 곡들이 있는데 그런 노래들을 함께 부를 수 있을 만큼 마음 맞는 벗이 없었던 거죠.
회사 행사 때도 주위 직원들에게 함께 해보자고 권해보았지만 거절을 당한 횟수만 십수 번이 넘으니 그 간절함이 오죽하겠습니까.
그렇다고 지금 와서 저와 취향이 비슷한 노래친구를 찾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적어도 이 영역에 대한 기대감은 고이 접어놓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못다 이룬 제 꿈을 아이들이 대신 이루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언젠가부터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자주 듣는 노래들을 자신들끼리 파트를 나눠서 화음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제가 자주 듣는 노래를 아이들도 좋아하게 되었죠. 그 노래는 바로 랩과 노래 파트가 나뉘어 있는 FLY UP이라는 곡이었습니다.
이 노래는 네x버의 최고 인기웹툰 중 하나인 외모지상주의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에서 주인공이 친구와 함께 부르는 듀엣곡으로 실제 등장하는 음악입니다.
잘 만든 웹툰 하나 열 효자 안 부럽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슬그머니 연습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가사를 일일이 입력해서 호흡하는 부분을 구분하는 작업을 해서 전해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둘이서 듀엣으로 불러보라고 말을 하진 않았지만 노래를 따라 부르며 스스로 누가 랩을 하고 누가 노래를 할지 정하고 있네요. 그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둘이서 무대에서 마주 보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겠다는 즐거운 상상도 해봅니다. 물론 상상은 자유며 제대로 잘 부른다는 가정이 수반되어야겠죠?
직접 정리한 가사. 이 정도 정성으로 공부를 했으면 서울대에 붙었겠죠?
한 줄 요약 : 아들아,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경쟁력이더라. 열심히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