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를 끄는 키워드라고 하면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바로 '챗GPT'와 '더 글로리'죠. 만나는 분들마다 그 두 가지 중의 하나는 대화주제로 삼습니다. 챗GPT는 한 번 사용해 봤는데 신기하더군요. 하지만 더 글로리가 주제가 될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화제를 끌고 복수가 시작되는 시점에 딱 시즌1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시즌2가 나올 때 모아서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을 때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바쁘더라도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다고 하면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 만든 요약 영상이라도 볼 법도 한데 말이죠.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도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주제가 바로 '학교폭력'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유독 학교폭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민감한 편입니다.
저는 중학교 시절 두 번의 학교폭력을 경험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한 명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고 아버지께서 나서주셔서 그쪽 부모님을 만나서 해결을 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의 괴롭힘은 4명이나 연루되어 있었죠. 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그 친구들을 고발했으나 담임선생님은 저의 격앙되고 참담한 심정이 담긴 편지를 있는 그대로 반친구들 앞에서 읽는 것으로 해결하려 하셨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아무튼 그날 이후로 가해자 녀석들이 위축이 되긴 했지만 직접적인 위해 대신 주위를 맴돌며 말로 괴롭히는 2차 가해를 하더군요. 그때는 가해자들보다 그 선생님이 더 미웠습니다. 그 선생님은 그날의 사건 이후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에서 제가 겪었던 최악의 선생님으로 변해버리고 말았죠.
그래서 그 이후에는 학교폭력이 주된 소재가 된 콘텐츠는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불편함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학교폭력의 고통은 겪어본 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간혹 피해자의 대처를 지적하는 경우도 있어서 더욱 마음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최근 유튜버 곽튜브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학폭경험에 대한 고백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비롯해 다양한 학교폭력 사례가 연예계 뉴스에 자주 언급됩니다. 아마 일선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례는 이보다도 훨씬 많겠죠.
제가 학폭위 위원 활동을 하는 걸 알고 지인들께서 문의를 해오시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남의 일 같지 않기에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고는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황은 늘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을 했던 시기에도 잠깐 학폭이 사그라지는 듯해 보였는데 본격적으로 대면수업이 시작된 시점부터는 점점 학교폭력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이제는 좀 깨끗하게 잊어버릴 법도 한데 아직 꽤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억에 제 스스로가 놀랍기도 합니다. 그만큼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의미일 테죠. 물론 지금은 99% 이상 괜찮아졌습니다. 다만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흥미롭게 볼 정도가 아닐 뿐이죠.
학폭을 주제로 한 자극적인 스토리가 시청자들에게는 재미는 자아낼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픽션이라고만 생각지 말고 조금 더 현실에 대한 공감도 늘어나서 부모들도 아이들도 성숙해지고 더 이상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 학창 시절은 이제 지나가 버렸으니 적어도 제 아이들을 비롯한 우리 아이들에게만큼은 그런 추억은 물려주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려고요.
한 줄 요약 :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않게 자나 깨나 학폭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