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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23. 2023

내 인생과는 상관없을 줄 알았던 단어 '길치'!



 오늘은 1호가 배우는 플루트를 고치러 종로에 있는 낙원상가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이가 3년 만에 다시 모집하는 학교 오케스트라에 고심 끝에 지원하기로 해서 긴급히 결정된 일이었죠.




이런 일에는 비번인 제가 가야 합니다. 제가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필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제가 한 번 가본 길은 잊지 않는 일명 '길눈'이 밝은 사람이기 때문이죠.


 내비게이션이 없이도 한 번 갔던 길을 찾을뿐더러 지름길로 질러 다닐 수 있을 정도기에 회사에서 현장을 다닐 때도 편했습니다.


 이번 역시 제 공간지각능력이 필요한 미션이었죠. 낙원악기상가는 꽤 내부가 복잡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지도만 보면 찾기가 엄청 쉬워 보이는데..




종로3가역 5번 출구 밖으로 나오니 낙원악기상가를 찾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라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시작입니다. 이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구조가 상당히 복잡한 미로처럼 되어있어서였죠.




 일단 검색 없이 제 기억의 더듬이를 총동원해서 길을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힙니다. 매장이 2층인지 3층인지조차도 가물가물했던 거죠.


 2층을 일단 돌기 시작했습니다. 2층이 아닌가 싶어서 3층을 갔는데 거기는 확실히 아니었네요. 다시 내려옵니다. 신기루처럼 같은 매장들이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 들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5분여를 2층 미로를 헤맨 끝에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매장 위치를 확인하기로 합니다. 순식간에 제가 길치가 된 느낌입니다. 제가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는 영역이었는데 좀 창피하기도 하네요.




 어렵사리 도착한 악기점입니다. 좌절감까지 느끼며 힘들게 찾아왔는데 사장님이 수선비용을 예상했던 정도보다 적게 받으셔서 그나마 소소한 위로가 됩니다.

사장님, 싸랑해요~



 늘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길 찾기였는데 오늘은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낭패를 맛봤네요. 그래도 충격을 받거나 좌절이란 없습니다. 이 또한 삶의 일부분이니까요.



한 줄 요약 :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어떠랴, 다시 올라가면 그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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