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표절이라고 하면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입니다. 예전 2000년 대 무렵에는 가요에 대한 표절시비가 자주 언급이 되었고 2010년대쯤부터는 본격적으로 논문표절이라는 용어이 사용되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자기 표절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자신의 것을 베껴 쓴다는 의미로 학술계에서는 금기시하는 행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표절은 재탕이라는 말로도 자주 쓰이죠. 반찬을 재탕한다는 말로도 쓰이며 비슷한 정책이나 법률을 나타낼 때 사용되기도 하며 누군가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자주 반복하는 지겨운 소리에도 활용되기도 합니다.
최근 저도 이러한 문제로 인해 현실자각타임, 일명 '현타'에 빠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며칠 전에 작성했던 '더 글로리'에 대한 이야기에 언급된 제 학창 시절의 에피소드가 자기 표절이자 재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으로 이 내용을 중심주제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 낸 것이죠. 거기에 일부 주제들은 두 번이나 다룬 적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양이 늘어나다 보니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들이 생기게 되는 건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도 나이가 들고 뇌의 능력이 조금씩 저하되다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겪게 된 겁니다. 잘 챙겼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또 한편으로는 글 중간에 인용한 내용까지 기억하기란 쉽지는 않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제 글에 밑천이 이제 슬슬 드러나는 건가 싶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런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소재를 재탕해서 끓인 글을 읽어주시고 너른 마음으로 호응을 해주시는 작가님들의 관심에 감사하는 마음도 하게 되고요.
이렇게 자신을 위로해보기도 해 봅니다. 의외로 정보를 전달하는 신문기사에도 주제 재탕이 많다는 사실을 말이죠. 학부모총회에 엄마들이 옷이나 가방을 고민한다는 기사도 매년 늘 반복되어 왔던 주제며 건강(운동, 다이어트)에 관한 내용도 자주 본 내용들이 많습니다. 고령화, 저출산도 마찬가지죠. 그래도 상황에 따라 비슷한 내용이지만 사람들이 관심 있어하니까 계속 비슷한 내용으로 생산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반성과 고민을 하면서도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던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에 대한 의미를 곰곰이 곱씹어봅니다. 완벽하게 새로운 주제가 아닌 이상 결국 모든 창조는 모방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방을 하더라도 최소한 똑같이 베꼈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창조적인 모방을 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