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아이들과 <지구마블 세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기안 84가 출연해서 화제가 되었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와 콘셉트가 비슷한 방송인데 여행의 즐거움은 물론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어 아이들과 방송날만 기다리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불편한 부분도 있습니다.
개 맛있네
개 재밌네
개 무섭네
개 미쳤다
킹 받네
등등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는 과격하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는 사실이죠. 이는 출연자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욕설이나 비속어가 나오는 상황은 저조차도 간간히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를 방송의 재미를 위해 여과 없이 내보낸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초등학생들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유튜브에서도 욕설이니 비속어로 인해 언어가 오염되었지만 지상파 방송에서도 이제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얼마 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5명이 일상생활에서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 20세에서 69세 성인남녀 5천 명을 대상으로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라는 걸 했습니다. 그 결과, 욕설(46.9%)과 비속어(48.1%)를 우리 국민이 자주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이유로는 기분이 나쁜 것을 표현(32.6%)하거나 또는 습관적으로(23.1%), 친근감을 표현하시 위해서(22%)의 순으로 답했습니다.
방송에서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면 재미없다는 평이많다 보니 되려 은어나 속어를 내보내면서 자막이나 음성 모자이크로 내보냅니다. 그러면 틀에 사로잡히지 않고 솔직하고 거침없이 방송을 한다는 평을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결국 저는 아이들과 방송을 보면서도 매번 저런 비속어를 보면서 지적을 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배우지 않을 테니까요. 그나마 그렇게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다른 모든 가정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올바른 시청지도가 될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집에서 어른들도 말조심을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욕을 배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번 기회에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와 더불어 어떤 상황에 대한 감정이나 느낌을 다양한 단어로 표현하는 능력도 아이들에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 지적하는 모습이 젊은 세대나 아이들이 보기에는 꼰대 같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과
"언어는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무기"라는 프로이트 말처럼
쉽고 단순한 표현에 익숙해져서 그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표현을 배울 수 있게 저도 노력하고 아이들에게도 잘 일러줘야겠습니다. 그렇게 만드는 건 결국 독서와 부모의 노력이겠죠.
한 줄 요약 : 네가 하는 지금 그 한 마디가 너를 판단하는 모든 것이 될지어니 항상 입을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