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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종류의 분리불안

by 페르세우스



분리불안이란 주로 어린아이가 주된 애착대상인 엄마와의 분리에서 느끼는 불안감으로 자주 사용되고는 합니다. 그런데 저희 집에서는 뜻하지 않게 형제끼리 분리불안을 느끼는 보기 드문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아이들이 서로의 공백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이러한 희한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은 바로 이번 학기에 난생처음으로 반을 분리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2살이었던 5학년 때까지 단 한 번도 반이 나뉜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게 된 건 두 가지 이유가 있어서였습니다. 일단 아이 둘의 이 같으면 맞벌이였던 부모가 관리를 하기가 편해서였죠.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의사가 같은 반을 하겠다는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매년 아이들의 의사를 물었을 때 둘 다 같은 반을 하고 싶다고 강하게 원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5학년 때 아이들을 많이 예뻐해 주셨던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고민시작되었습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마지막 학년은 한 번 정도 반을 나눠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주신 것이었죠.

원래 아이들은 6학년 때도 같은 반으로 활동하길 원했지만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보더니 한 번 나눠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며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이산가족이 되었습니다. 학기 초에 좀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기에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죠. 물론 그 주제로 아이들과 대화도 많이 나눴습니다.


그걸로 될 줄 알았지만 3월 말까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말을 걸기도 어렵다고 얘기하기도 했죠.




내향적이고 조용한 편이라서 적극적으로 친구를 많이 사귀지는 않았지만 친한 친구들도 꽤 있는 데다 그동안 친구관계에서 딱히 큰 문제를 겪은 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한 녀석이 일기에 요즘 힘든 자신의 심경에 대해서 적은 뒤 제게 읽어보라면서 전해주었습니다. 그때 확실히 알게 되었죠.

생각보다 형제이자 늘 의지가 되던 친구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전보다 좀 더 신경을 쓰기로 했습니다. 막연한 격려보다 구체적인 상황도 전해 들으면서 힘든 점에 대해서 분석하고 해결방법도 함께 찾아나갔죠.


솔직히 쌍둥이 형제끼리의 분리불안이라니 쉽게 찾기 힘든 케이스이긴 했습니다. 그러다가 흥미로운 기사도 하나 발견했습니다. 둥이들처럼 일란성쌍둥이인 유도선수 출신 조준호, 조준현 형제도 이런 분리불안을 겪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https://namu.news/article/1564602#gsc.tab=0




어쨌든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에 어차피 갈 일이 많으니 교에 갔을 때 시간을 내어 현재의 담임선생님을 따로 뵙고 짧은 상담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 상의를 했습니다. 거기에 5학년 때 담임선생님도 찾아뵙고 아이들과 한 번 대화를 해주십사 하고 부탁도 드렸죠.


집에서 부모가 경청하고 격려하며 위로해줘야 하는 비중이 가장 크지만 또 부모가 챙길 수 없는 부분을 선생님께서 채워주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렇게 한 결과 아이들이 요즘은 학교에 다니는 일이 한결 즐거워졌다고 말을 합니다. 아이들의 담임선생님들께서도 많이 도와주셨고 아이들 스스로도 많이 노력한 결과가 아닌가 싶네요

다행히도 요즘에는 자신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고 반대로 자신이 친하게 지내고픈 친구가 있다는 말도 해니다. 일단 당분간은 이 문제로는 한시름 놓고 있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살짝 드네요.


앞으로 인생을 사는 동안 또 떨어져 있는 경우가 생길 텐데 백신을 미리 맞고 가벼운 몸살 증상을 겪었다 여기려고 합니다.

이때의 추억이 먼 훗날에 아이들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길 빌며...


한 줄 요약 : 이겨내줘서 고맙다, 얘들아! 다들 그렇게 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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