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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인연

by 페르세우스



오늘 오랜만에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참석하러 갔습니다. 기존에 활동하시던 분들이 아이의 초등학교 진학으로 인해 위원활동이 힘들게 되셨고 그로 인해 새로운 학부모위원님을 세 분을 모셨고 그분들을 처음 뵙는 자리였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열심히 회의를 하고 이야기를 정리해나가려고 하던 차에 어머니 한 분께서 제게 이렇게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혹시 저 기억 안 나세요?"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는데 솔직히 정확하게 어디서 뵈었는지는 도무지 기억나지가 않았습니다. 그냥 이 동네를 오다가다 지나친 적이 있었던 분이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죠. 그러고 있다가 이런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런 상황은 상대방은 정확하게 내가 누군지를 알고 있기에 하는 질문이기 때문이었죠.




알고 보니 예전에 둥이들이 태어났을 때 살았던 아파트의 아래층에 사시던 분이셨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많이 어릴 때여서 본의 아니게 고초를 겪게 되셨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인연이었죠. 여러모로 배려를 많이 해주셨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었다가 이사를 두 번 더 거쳐서 저는 지금 동네로 넘어왔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셔서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어 운영위원까지 하시게 되셨다고 합니다.




사람의 인연이 참 재미있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쁜 이미지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먼저 기억을 하고 아는 척을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전국적으로 사무실이 퍼져있고 인원이 많다 보니 재미난 명언이 있습니다. "퇴직을 하기 전에 세 번은 만난다"라고 말이죠.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인간관계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는데 뜻밖의 상황에서 그 말이 생각이 났네요.


한 줄 요약 :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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