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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영화관람
2호의 버킷리스트
by
페르세우스
Apr 15. 2023
올해 처음으로 가족들과 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영화를 보러 가는 과정은 꽤 복잡했고 그리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이번에 본 영화는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2호가 여자친구 두 명과 함께 주말 저녁에 보러 다녀온 영화였죠. 그런데 이 녀석이
자신이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가족들이 다 함께
가서
꼭
함께
보면 좋겠다며 강력하게 조르는 것이 아니겠어요?
물론 처음
가족들의 반응은 신통찮았습니다. 1호는 대강의 줄거리를 듣더니 무서울 것 같다고 싫다고
합니다. 저는 대단한 애국자는 아니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일본 애니메이션을 극장 가서 보고 싶은 마음은 크게 없다고 생각하던 차였죠.
게다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오른 영화요금에 불만도 많았기에 가족동반 영화관람은 추진할 때
부터 암초가 많았
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아이들은 부모에게 부담이 되거나 대단한 걸 요구한 적이 별로 없었기에 그 말을 허투루 흘려듣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냥 한 번 제안했다가 별다른 호응이 없으면 더 이야기하지 않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이는 언제 영화를 보러 갈 수 있느냐며 지난주부터 꾸준하고 끈기 있게 물어왔습니다. 거기에 2호가 1호를 직접 설득하기까지 하고요.
이런 상황까지 오다 보니
더 이상 영화관람 반대론자들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정도로 간절하다면 들어줘야 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렇게
영화 관람을 결정하고 어렵게 시간을 확정해서 예약을 하고
토요일 오전
에 다 함께 네 명이 한 줄로 앉아 영화를 봤습니다.
영
화관에 관객도 거의 없어서 중간중간 신나게 1호에게 설명을 해주며 행복해하는 2호의 모습을 보니 이 정도는 해줘도 되는 건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영화는 인기가 많아서 꽤 많은 화제가 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말해줬던 내용
이외에는 따로 찾아보진 않았죠. 기대치가 거의 없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봤네요. 심지어 마지막에는
주책맞게 눈물까지 흘리면서말이죠.
영화관람을 마치고 다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영화에 대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도 의미가 있었
습니다. 2호에게 재미있는 영화를 추천해 줘서 고맙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고 전합니다. 소탈한 활동 같았지만 적지 않은 가치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한 줄 요약 : 아이가 부모에게 원하는 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모는 너무 쉽게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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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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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생 쌍둥이 아들 둘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내용을 글로 쓰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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