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저희 집에서는 기가 막힌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관 중문을 통해 운동을 하러 나가려던 아내가 이상한 상황을 감지하고서 소리쳤습니다. "뭐야? 문이 안 열려!"라고 말이죠.
가족들 모두 중문으로 달려갔습니다. 며칠 전부터 계속 문의 손잡이가 뻑뻑하고 잘 열리지 않아서 이상하던 차였는데 드디어 고장이 나버린 것이었습니다. 나름 공대생 출신인 저는 당황하지 않고 드라이버를 꺼내서 손잡이를 분리하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손잡이만 분리되면 문을 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었습니다. 손잡이는 너무 쉽게 분리되어 안쪽과 바깥쪽의 바닥에 떨어졌지만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2층에 위치해 있던 저희 집은 그야말로 밖으로의 탈출이 불가능한 완전히 폐쇄된 밀실이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방탈출 카페를 즐겨가던 사람들이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이 상황을 충분하게 즐길 수 없었습니다. 외부에서 소화해야 할 일정이 줄줄이 잡혀있었기 때문이었죠.
완벽하게 갇혔다
5분이 넘도록 낑낑거리면서 문구멍 안쪽에 자리 잡고 있던 레치라는 부속품을 들쑤시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가지고 있던 드라이버로 이리 찌르고 저리 만져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봐도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극적인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점점 등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죠.
자세히 살펴보니 레치의 일부가 안쪽에 파손되어 있어서 더 큰 공구를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이웃에 사시는 엄마와 관리사무소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안쪽에서 부식되어서 파손된 레치
아이들은 거실 창문을 통해 아래층으로 줄을 연결해 내려가거나 중문의 창을 깨자는 대담한 의견을 냈지만 수용가능한 방안은 아니었습니다.
애타는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아이들은 이 상황이 재미있었던 모양입니다. 키즈워치로 이 상황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해 줍니다. 맞습니다. 그야말로 '탈출 불가능'한 상태였던 거죠.
결국 제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드라이버로 레치 부분을 세게 눌러서 조작을 한 끝에 잠긴 부분을 풀어내는데 성공을 했습니다.
방탈출에서 시간 내에 빠져나왔을 때도 이 정도의 기쁨은 아니었는데 역시 가상의 경험보다는 인생이 가장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완벽히 모든 부품들을 분리해내고 나니 손은 엉망이 되었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힌트)을 받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 냈다는 소소한 기쁨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광의 흔적들
아침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지만 얻은 점도 많았습니다. 인생은 이렇게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또 이 사건 덕분에 지저분했던 현관도 깨끗하게 치우고 신발장 정리를 하면서 신지 않는 신발도 몇 개 치우는 등 덤으로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도 처리할 수 있었죠. 속이 시원했습니다.
물론 손잡이가 없이 좀 휑해진 중문이 좀 어색하긴 했지만 말이죠. 지금이 겨울이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