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40살을 넘어가서 기성세대의 반열에 오르면 아무래도 새로운 도전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는 것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체력과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그런 도전에 웬만하면 개의치 않아 하는 성격입니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기도 하며 기타를 배우면서 실력 하나 없이 무대에 서보기도 했으며 아빠로서 학부모 회장에까지 도전하기도 했으니 저만한 사람은 흔치 않겠죠.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갈등이 많이 되는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아이돌 댄스였습니다. 이래 봬도 사실 저는 대학교 때 댄스동아리 활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인생의 흑역사가 많은 시절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기에는 부적절하지만 제 성격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데 많은 도움을 준 활동이었던 것만큼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성적과 맞바꾼 성격이었으니 희생도 있었죠.
진짜 소름 돋습니다.
되돌아보면 그때의 즐거움이나 감각도 잠시뿐이기는 합니다. 취업과 졸업을 위해 동아리활동을 하지 않기 시작하니 어디 가서 춤출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실력은 점점 더 녹슬어갔고 춤 따위는 잊고 산지 20년도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가끔 집에서 아이들 앞에서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으면 모두에게'썩은 춤이다', '저 실력으로 댄스동아리라니 믿을 수 없다'며 비난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2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댄스에 관심이 많고 유연성도 있어서 꽤 잘 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엄청난 발견이었죠.
때마침 아이 친구의 엄마 중에 아이돌 댄스를 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가르치는 분이 계셨고 그분께서 따로 시간을 맞추면 연습실에서 아이돌 댄스를 가르쳐주겠다고 제안하셨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2호가 배우는데 관심은 보이고 있으나 혼자 가서 배울 마음은 전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연히 1호를 같이 집어넣으면 해결될 일인데 뭐가 문제냐고 하시겠죠. 안타깝게도 이미 오케스트라 활동에 적응하느라 힘들다며 불만이 크던 1호에게 댄스를 배우라고 권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칼자루가 제게 오게 된 것이죠.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댄스동아리를 하면서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았고 그것이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았기에 길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OK 했습니다.물론 부담감은 어마어마했죠. 아이 친구 엄마 앞에서 어기적어기적거린다는 게 어디 쉽겠습니까..
그런 고민도 잠시뿐 어떤 곡의 춤을 배울지 골라달라는 연락을 받고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이 가능한 여러 곡 중에 한 곡을 골라서 원포인트 레슨을 받는 건데 어떤 노래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던 거죠.
여자아이돌의 곡도 있었지만 그건 일단 2호와 제 취향은 아니었기에 남자 가수의 곡들로 눈을 돌렸습니다.
1. 싸이의 'THATTHAT'
2. NCT127의 '캔디'
3.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
이 세 곡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고 저는 2호와 함께 댄스 동영상을 여러 번 꼼꼼하게 돌려보며 깊은 고민 끝에
'파이팅 해야지'를 선택했습니다.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취향과 선호도가 높아서였다고 간단히 이유를 대겠습니다. ㅎㅎ
그렇게 해서 저와 2호는 지난 일요일에 집 근처에 있는 연습실에 아이돌댄스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분량조절 실패로 2탄에서 계속!!
한 줄 요약 : 이렇게 해서 저는 아들과 함께 아이돌 댄스를 배우는 아빠로 등극하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