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연습장에 도착해 보니 안에서는 둠칫둠칫 하는 비트소리가 문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앞시간에 다른 여자아이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차분하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죠. 순간 창피함에 몸을 숨길까 생각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몸을 풀었습니다.
문이 드디어 열렸고 연습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 친구 어머니께서는 준비운동을 시키신 뒤 본격적으로 <파이팅 해야지> 댄스의 주요 부분만 알려주시기 시작했습니다.
동영상으로 수없이 봤던지라 눈에는 익었지만 몸에 익히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초반에는 여덟 박자의 동작도 따라 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그야말로 행사장 풍선이 따로 없어 보입니다. 음악은 부드러우나 몸은 삐걱삐걱 대는 총체적 난국입니다.
2호 역시 처음에는 표정이 좋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이 곡의 박자가 몸이 따라가기에 상당히 빨랐기 때문이죠. 음악을 반복해서 틀어가면서 0.8배속, 0.9배속의 속도로 연습을 계속한 끝에 동작을 숙지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30분 정도하고 나니 한결 두 남자의 상태도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죠.
그렇게 약속한 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마지막에 사진과 동영상까지 찍으면서 레슨을 마무리하기로 합니다. 자연스러운 사진까지는 괜찮은데 앞에 카메라를 세워두고 배운 만큼의 동작을 동영상으로 찍는 건 다른 문제였습니다.
일단 첫 번째 동영상은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선생님께 간곡하게 지워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그 말을 잘못이해하셨는지 아내에게 보내버리셨네요. 그걸 또 아내는 다른 엄마들과 구경을 하는 대참사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마지막 동영상은 총 세 번의 촬영분 중에 그나마 나았습니다. 마치고 난 뒤 1호에게만 살짝 보여주니 놀라는 눈치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했다나요? 그렇지만 영상은 좀 더 연습을 한 뒤에 올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되어 잠시 보류합니다. 여러분들의 눈은 소중하니까요.
나중에 2호에게 어땠냐고 물어보니 가족들과 함께 본 영화가 93점이었고 아빠와 함께한 춤연습이 97점이었다고 하네요. 어떤 점이 좋았냐고 물어보니 덜 창피했다나요? 조금 고급스레 표현하면 수치심 반감효과인 셈입니다. 저도 옛날 생각이 나서 좋았고 무엇보다 썩은 춤사위를 구사하는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하는 취미활동이 제 버킷리스트였는데 하나를 이뤄서 참 좋네요.
보통 아빠들이 아들과 함께 해주는 활동은 몸으로 놀아주는 활동, 특히 야구, 축구, 농구 같은 운동이나 캠핑 정도일 겁니다. 그런데 아들과 함께 아이돌 댄스를 배우러 가는 아빠는 흔치 않으니 나름대로 자랑할만하고 희귀한 경험을 하기는 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의 뿌듯함도 얻었지만 무리를 했는지 고관절 근육통이라는 영광의 상처 또한 함께 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다음 시간도 예약했으니 그날까지 또 맹훈련입니다.
한 줄 요약 : 창피함은 잠시뿐, 이 또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