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아이들이 학교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전문가에게 성교육을 받았습니다.
같은 학년 친구 두 명을 포함해 총 네 명이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적당한 공간을 구하고 강사님을 초빙한 뒤 교육이 진행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보통 일선 초중고교에서도 성교육을 하기는 합니다. 성교육 기본운영 계획에 따르면 초·중·고에서는 1년에 15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실시해야 하죠. 초등학생은 15시간 안에 성폭력 예방교육으로 3시간을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중·고등학생은 성매매 1시간, 성폭력 3시간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동영상을 틀어주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된 실습이나 소통이 포함된 교육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기대치에 비해 교육현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죠.
특히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와의 접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에 음란물에 노출될 확률도 그에 따라 높아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교육도 동시에 중요해졌는데 그 수준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성경험이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첫 성경험 나이가 13.6세로 낮아지는 현재 상황(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이야기나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으로는 아이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성에 대한 지식을 해결할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부모님들이 사비를 들여서 그룹을 만든 뒤 성교육을 시키고는 하죠. 저 역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을 수 없었지만 성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성에 대한 대화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성적인 주제의 대화로 인해 죄책감을 들게 만드는 일은 정말 앞으로 바뀌어야 할 문화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평소 아이들에게 기회가 생길 때마다 다섯 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성교육을 해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첫 번째, 어떤 내용을 알려줄 때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서 성의껏 설명해줘야 합니다.
두 번째, 민감한 질문이더라도 얼버무리거나 혼내는 식으로 답하는 않습니다.
세 번째, 두리뭉실하고 애매하기보다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합니다.
네 번째, 부모가 직접 설명하기 어려울 때는 연령에 맞는 성교육 영상이나 책을 함께 봅니다.
다섯 번째, 누군가가 아이의 몸을 만지는 상황이 생겼다면 부모나 선생님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기억하고 실천하고 있었고 관련된 책들도 빌려서 함께 보기는 했지만 무언가 부족하게 느껴지고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분야에 한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까지 이르렀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으로 놓고 봤을 때 결코 가볍게 생각할 영역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되어서 아내가 교육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초빙하기로 했고 총 세 집의 네 명의 남자아이들이 두 시간을 교육을 받게 된 것입니다. 선생님이 오셨을 때 아이들이 아직 스마트폰이 없다는 이야기도 해드렸습니다. 요즘 성교육은 스마트폰이 있는 아이들과 없는 아이들로 나눠서 교육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로 음란물을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의 차이 때문이죠.
아이들이 처음에는 이런 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시큰둥해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중간에 직접 가서 아이들이 교육받는 모습을 잠시 살펴봤더니 생각보다 흥미롭게 재미있는지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런 방식의 교육을 20명이 넘는 학교 교실에서 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정말 좋았던 부분은 아이들의 교육이 끝난 뒤에 여선생님께서 부모에게 1시간 정도의 교육을 따로 해주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 동안 성에 대해서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고 현재 어떤 상태라는 것을 공유해 주시는 것이죠. 이 시간을 통해서 부모는 아이들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에 대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생각보다 놀라웠던 부분들이 많았네요.
다행히 둥이들은 성에 대해서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고 이성교제에 대해서도 잘 정립이 되어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서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 자신만만하게 생각했지만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문가가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시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런 교육을 받고서 부모들도 배운 뒤에 아이들과의 앞으로의 소통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가지는 성에 대한 호기심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그때마다 전문가에게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를 다양한 경험 중에서 고학년이 되었을 때의 성교육은 이런 방식도 효과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경우에는 성별이 같은 친구와 함께 해보면 많은 도움을 얻으실 수 있을 거라고 보이네요.
한 줄 요약 : 앞으로 성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가정과 사회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