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인 토요일에 영국에서 행복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자랑인 손흥민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번리와의 경기에서 세 골을 넣어 해트트릭을 기록했다는 소식이었죠.
이상하게 제가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보면 결과가 좋지 않은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손흥민 선수도 응원하고 시간도 아낄 겸 해서 결과만 챙겨보고는 합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좋은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배로 좋아졌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손흥민선수가 세 골을 넣었다는 사실보다 기뻐했던 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손흥민 선수가 영국의 명문 중 하나인 토트넘 핫스퍼의 주장으로 선정되었을 때였는데요.
이게 무슨 큰 대수인가..
손흥민 정도면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장인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결정은 손흥민이 득점왕을 차지했을 때보다 더 큰 사건이었습니다. 토트넘이라는 팀은 14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사상 처음으로 비유럽 선수인 손흥민을 주장으로 낙점한 것이죠.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의 친화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모두가 꺼려하는 까칠한 선수들과도 거리낌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면 실력만으로 판단하는 냉정한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친화력과 적응능력도 결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침을 알게 됩니다.
이런 시간들이 점점 누적되어 결국 자신의 평판이 되고 리더십으로 인정받는 상황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으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살갑게 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강점이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점도 있겠지만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의 소신 있는 지도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이전 토트넘의 주장은 골키퍼였는데 조용하고 근엄한 편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주장의 친화력이 팀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면 장단점이 있겠지만 지금 20개 팀 중에서 당당하게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의 성적을 봤을 때 손흥민의 주장 선임은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에 6학년 2학기가 시작되고 아이들 반에서 학급 회장선거 일정이 공지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저는 뭘 억지로 시키려 하지 않는 편인데 이런 점에 한해서는 좀 확고한 편입니다. 도전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이죠.
게다가 초등학교의 5년 동안의 시간 동안 아이들이 같은 반이었기에 회장선거는 1학기와 2학기를 나눠서 출마를 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담 없이 자신들이 속한 각자의 반에서 마지막 경험이 될 도전을 하는 것 또한 큰 의미가 있었죠. 아이들이 평소 학교에서는 조용하게 있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선생님께 들어서 더욱 권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한 녀석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반면에 다른 한 녀석이 친구들 앞에 선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끼길래 어렵게 잘 설득해서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했습니다.
저는 학급 회장선거를 통해서 아이들이 공부를 통해서는 얻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1. 친구들 앞에 서서 발표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신감
2. 실패했더라도 빨리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
3. 당선된다면 친구들과 더 자주 소통함으로써 얻는 사교성과 리더십
4. 친구를 도움으로 인해 배울 수 있는 이타심
부모와의 시간만으로는 얻기 힘든 경험입니다. 이 정도의 가치가 있는데 그냥 포기하기에는 아까웠죠.
아침에 아이들이 나름대로 공약을 준비해서 등교를 했는데 야간근무여서 만나지를 못했습니다. 전화로 격려만 해줬죠.
당선이 무조건 되리라 기대해서 나가라고 한 선거가 아니었기에 낙선했다고 해도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습니다. 제 욕심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도전을 응원했기에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격려해 주고 위로해 주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감사하게도 결과는 좋게 나왔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잘 알지 못해서 어떤지 걱정을 했는데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크게 인심을 잃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보통 리더는 정해져 있다고들 합니다. 운과 실력도 따라야 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자리이기 때문에 아무나 하지 못하니까요.
손흥민 선수도 원래부터 그런 자질을 갖춘 선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타고난 성향과 더불어 부모의 꾸준한 지도를 통해서 더 길러진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리더의 자질이 있는지 부모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계속 경험할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있어야죠.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아이들이 더 많은 친구들과 소통하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보길 빌어봅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화한다고 해도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는 결국 인간사에 있어 언제나 풀기 힘든 숙제일 테니까요.
한 줄 요약 : 사회성, 사교성, 리더십 모두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부분이 있지만 부모의 노력으로도 어느 정도까지는 충분히 보완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