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인간의 특징을 표현하는 단어 중에 유희를 즐기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도 있죠.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정의했습니다. 유희라는 사전적 의미는 즐겁게 놀며 장난하는 행위입니다. 아이들은 이런 노는 활동을 통해서 두뇌와 정서뿐만 아니라 사회성, 회복탄력성까지 발달시켜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인류사적 측면으로 봤을 때 호모 루덴스는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즐거움 하나 없이 인생을 산다면 얼마나 지루하겠습니까.
하지만 스스로 조절하지못하는 수준의 유희는 많은 문제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 단어를 언젠가부터 중독이라고 정의하게 되었죠. 역사를 되돌아봐도 지도자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유희에 빠져서 나라의 흥망성쇠가 바뀌는 경우도 많았고 억울하게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현대에 와서는 어떨까요? 예전과 비교하면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유희활동의 종류가 정말 다양해졌습니다. 더 이상 심심하다는 말조차 쓸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조금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굳이 하나씩 언급하지 않더라도 운동과 레저, 문학, 문화생활 등 유희를 즐길 수 있는 놀거리 천지입니다. 문제는 이런 활동을 스스로 적당히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정도가 지나쳐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 결국 중독으로 직결됩니다.
이미 많은 현대인들은
자극적인 맛에 중독되어 있고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으며
카페인에도 많은 사람이 중독되어 있죠.
일부의 경우지만 도박 중독, 니코틴 중독, 알코올 과의존증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게임마저도 이미 게임이용장애라는 표현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질병코드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권고사항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이용장애는 국내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2025년에 등재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많은 중독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물질이 바로 마약입니다.
미국에서의 마약문제는 정말 심각한 수준입니다. 2022년에 마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었으며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나 필라델피아의 켄싱턴은 좀비도시라는 오명을 얻은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심각성에 대해서 널리 알려지기보다는 연예인의 마약사건에 가십성으로 모든 관심이 소비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일부 인기 웹툰에서는 미성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음에도 마약성 의약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고 있는 정도인데도 말이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는 유해환경이란 음주나 흡연, 성인영상물에 국한되었지만 이제는 마약류 진통제 유해환경에까지 노출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심각한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약치료 전문인 인천참사랑 병.원의 천영훈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의료용 마약을 구하기가 쉬운 환경이라는 점을 주목합니다.
인간에게 있는 자유의지를 통해 이런 유희로부터의 욕구를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강한 의지를 가진 인간도 깊이 빠지게 되면 그 유혹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죠.
게다가 합법적으로 허가된 유희가 아닌 불법적인 영역이라면 좀 더 해결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 한 사람만 조심한다거나 한두 사람의 의지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을 테니까요. 앞으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유희를 즐기면서 자신의 삶을 온전히 꾸려나가는 미래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