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회 활동, 그 무거웠던 성배를 내려놓으며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12월은 확실히 만물의 변화도 느릿느릿해지는 시기처럼 느껴집니다. 다이어리에 적어놓는 내용은 많지만 책을 읽는 양부터 활동량, 먹는 양이 줄어들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2023년의 마지막 달인지라 확실히 무언가를 마무리해 나가는 시기여서 새롭게 시작하기보다는 기존에 해오던 일을 마무리한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겠죠.





저도 올해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을 했지만 생각지도 않게 할 일이 많아서 당황했던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학부모회 활동인데요. 올 한 해동안 학부모회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 자주 들어가서 교장선생님을 뵙기도 다양한 회의에 불려 가기도 참석하기도 하면서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런 자리에 있을 때 귀를 막고 살면 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들리는 이야기가 워낙 많다 보니 다른 분들을 대신해 대표로 학교 측과 대화를 전달해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확실히 학부모회장이 힘든 자리라는 점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학부모회 공모사업에 신청해 지원금을 받는 바람에 더욱 그러했죠. 최대 250만 원까지 받는 이 사업은 학부모회에서 만든 통장에 사업비를 넣어주어 계획과 목적에 맞게 사용하여 12월에 최종적으로 정산하는 방식입니다.


모든 학교가 다 신청하거나 승인되지도 않지만 학교의 규모가 크고 계획서를 잘 쓴 덕분인지 애초에 요구한 금액 모두를 받게 되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처음 했던 활동으로는 <공부머리 독서법>의 작가이신 최승필 작가님을 5월에 모셔서 자녀를 위한 독서교육을 주제로 학부모연수를 가졌습니다.




학부모님들을 모셔서 학교에서 교장선생님과 간담회도 시행하고

7월에는 <초인류>의 저자이신 김상균 교수님을 모시고 AI와 관련된 강의를 청해 듣기도 했습니다.




10월에는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아차산 플로깅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11월에는 삼프로 tv에 출연하시기도 했던 해담경제연구소의 어혜진 소장님을 모시고 내 자녀를 위한 경제교육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저께는 6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학할 예정인 중학교 교무부장님을 모시고 중학교 준비를 위한 전환기교육까지 치러냄으로써 공식적인 활동은 마무리되었죠.




문제는 이런 행사를 치르는 동안 정리해야 할 문서들이 너무 많이 쌓인다는 점인데요. 빠뜨리지 않고 모아놓기는 했지만 정리를 해서 제출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원래는 학부모회 공모사업에서는 업무의 경계가 명확하게 나눌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하나 막상 이 활동을 해보면 처음 해보시는 분들이 대부분인지라 허둥지둥 대는 경우가 많죠. 제가 딱 그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다른 임원분들이 업무를 나눠서 하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셨음에도 불구하고 뭘 어떻게 나눠야 할지 알지 못해서 제가 대부분 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죠.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일을 나누는 수고로움을 굳이 거치느니 그냥 제가 혼자 하겠다고 마음먹은 셈이죠.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좀 더 좋은 강사님을 섭외하기 위해 애를 쓰느라 그쪽에 더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어서 더 힘들지 않았니 싶습니다.




학부모회 공모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확실히 나랏돈 쓰는 일이 놀라울 정도로 엄격한 증빙을 요청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강의료에 대한 계좌이체내역을 첨부해야 함은 물론 물품을 사는데 천 원짜리 한 장을 쓰는 데도 세부항목 영수증과 사진이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이 넘는 나랏돈을 함부로 쓰거나 어디에 썼는지도 밝히지 않는 일부 공인들이 몸소 실천했던 사례가 떠오르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불만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잠시였지만 이 나라는 가장 만만한 사람들에게만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첨부해야 하는 증빙자료가 너무도 많았습니다.


보통 한 번의 행사를 치르면 보통 6~7가지의 증빙자료가 필요합니다.

1. 행사시행 근거자료

2. 지출명세서

3. 참석자 서명지

4. 물품영수증

5. 물품사진

6. 행사사진

7. 강사카드

8. 강의자료

9. 강사 통장사본

10. 강사비 이체이력

11. 회의록


이렇게 복잡하고 따지는 부분이 많으니 함께 활동하시는 학부모회 임원분들도 이런 식으로 하면 누가 공모사업에 신청하겠냐며 앞으로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소리도 하시더라고요. 이미 일은 진행된 상황이고 규칙은 규칙이고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배웠고 가르치고 있기에 그런 마음은 고이 접어두고 부지런히 어제 서류 정리를 해나갔습니다.


이틀에 걸쳐 두 시간 정도 집중해서 정리해 나가니 중간중간 누락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이제 고지가 보이는 느낌입니다.




아이가 6년 동안 학교를 잘 다닐 수 있었던 건 아이의 노력도 부모의 노력도 컸습니다. 그렇지만 운도 많이 따랐을뿐더러 학교를 통해 받은 직간접적인 도움도 결코 적지 않았죠. 학교의 도움이라고 해서 아이한테 특혜가 가거나 부당한 이득을 취한 적은 결코 없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될 일이죠.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알게 모르게 기억해 주시고 말 한마디라도 더 따뜻하게 마음을 써주셨겠지 하는 추측일 뿐이죠.


그렇게 여러모로 감사한 마음이 컸던 학교에게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돕기 위해 도전했던 학부모 회장이었습니다. 이제 아이가 학교에서 졸업하면 제 역할도 끝이 나게 된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입니다.


의지나 기대만큼 그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한 듯해서 죄송한 마음도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학교 현장에서 일어난 슬픈 일로 인해 학교와 학부모 또한 서로 데면데면 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한 줄 요약 : 역시 학부모회장이라는 자리는 쉽게 생각하고 쓰기에는 꽤 많이 무거웠던 왕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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