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에 지원합니다. 과학고에서 지원했는데 여의치 않으면 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지원하는 방식이죠.
이번에 합격한 둘째는 모든 면에서 모범적이었던 첫째와는 달리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아이였다고 하는군요. 학교와 학원에서도 비교대상인 형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영재고를 목표로 해서 학업에 매진했고 합격한 케이스였습니다.
다행히도 지인은 자녀가 영재고에 합격통보를 받자마자 그동안 더 격려해 주고 믿어주지 않아서 미안하다는 말을 해줬다고 합니다. 보통은 이렇게 같은 배에서 태어난 가족과 비교를 당하고 격려와 관심을 적게 받는 경우에는 엇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혼자 힘으로 그 시련을 극복해 내고 큰 성취를 이룬 경우였으니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정도의 의지라면 앞으로 정말 큰 일을 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서 덕담을 충분히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준비했냐고 물으니 일단 전문학원을 다니기는 했다고 합니다. 영재고 입시 전문 학원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학원이름은 묻지 않았습니다. 굳이 그 학원을 다닐 생각도 없고 실례되는 질문이기도 하니까요.
보통 초등부 학원에서는 매년 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초등학교 영재원에 들어가기 위해 특별반을 운영합니다. 영재원도 이럴진대 영재고나 특목고 입시에 특화된 학원들도 더욱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이가 만약에 영재고를 간다면 기분이 좋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 목표가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아이의 적성이나 성향에 맞는 학교가 아니라면 행복하게 학업을 이어나가기 힘들 수도 있으니까요. 고등학교는 더 큰 꿈을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영재고나 과학고에 대한 입시문화는 결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함정입니다.
한 번은 아이들과 함께 영재학원에 갔을 때 씁쓸한 기억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 웩슬러 검사를 받으러 온 아이가 대기실에 있었습니다. 엄마가 집에서 무던히도 연습을 시켜온 모양이었습니다. 검사를 받고 돌아오는 아이를 보자마자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연습한 대로 잘했어?"라고 하더군요.
웩슬러 검사는 일종의 인지능력 테스트이기에 미리 연습을 하지 말라고 권하지만 영재학원에 다니기 위해서 그깟 권장사항은 무시되는 상황이었죠.
아이를 영재원 대비반 학원을 몇 달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4학년 때 수과학 융합반 모집에 합격해서 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영재원에 한 학기 다녔죠. 그런데 한 번 경험해 보니 비용이 무료라는 점 말고는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토요일 오전시간은 무조건 비워야 했고 커리큘럼도 보드게임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고 수업의 질이 높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수업의 질이 어마어마하게 좋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도 수업의 분위기를 망치는 통제불가능한 아이가 있었거든요.
막상 겪어 보니 '우리 자녀가 영재원에 합격했습니다. 동네사람들~' 정도의 자부심 말고는 장점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래저래 영재와 관련된 교육을 맛보기는 했지만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좋은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얻지 못했습니다. 추적조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영재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계속 그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해 본다면 아마 모르긴 해도 10%도 채 되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이번에 서울과학고에서 자퇴를 하겠다는 소식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백강현 군의 사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이 과연 진정으로 우수한 인력으로 양성하는데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합니다.
물론 정책적인 보완이 계속 논의되어 실행되고 있습니다만 영재고나 특목고가 의대사관학교로 전락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