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험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하나 드리려고 합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제 실수담입니다.
얼마 전 저는 빨래를 하면서 바지 주머니에 교통카드로 쓰는 신용카드를 넣은 채 세탁기를 돌려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여기까지만 했으면 참 다행이겠지만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당연히 세탁이 끝나면 건조기를 돌려야 하니 바로 그 친구는 건조기와 함께 두 시간 정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맙니다.
바짝 마른빨래들을 개면서 저는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 이물감이 느껴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합니다. 예전에는 종이를 넣고 빨래를 돌려서 뒷수습을 하느라 크게 고생한 적이 있어서 크게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인간은 역시 시련과 함께 성장하는 동물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행히 아내가 함께 있지 않았기에 등짝스매싱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찜질방 불가마와 같았을 건조기 안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온 녀석은 마치 제게
"나한테 혹시 서운한 일이 있느냐"는 말을 하고 싶은 모습이었습니다. 무언가 삐뚤어진 모습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제 이 아이와의 짧은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삼켰죠. 새로 신청해야 한다는 귀찮음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도 앞섰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친구는 제가 예상보다 훨씬 놀라운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버스를 탈 때 사용해 봤는데 IC칩, 마그네틱 모두 온전한 상태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이 휘어진 카드를 제 행운의 부적처럼 가지고 다니고 있죠. 이 녀석으로 결제를 할 때마다 두 분 중의 한 분은 물어보십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어요?" 또는 "이거 결제가 돼요?"라고 말이죠.
이 카드를 보면서 남들에게 눈에 띄는 뛰어난 사람이 되려면 한순간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유효기간이 끝난 신용카드를 제 손으로 한 번 구겨가면서 휘어지게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서 실험을 해봤거든요.
놀라우실지도 모르지만 40살 먹은 아저씨도 이런 의미 없는 짓을 하면서 놀기도 합니다. 이리 궁리하고 저리 궁리를 해보고 다양한 방법을 써봤는데 결국은 휘어지게 만드는데 실패했습니다. 결국 꺾어버리고 말았죠.
뜨거운 곳에서 견뎌내면서 담금질을 해야만 휘어진 카드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듯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짧은 시기의 한두 번의 노력이 아닌 끊임없는 담금질을 한 끝에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 말이죠. 저도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제가 더 많은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건조기에 돌아간 카드처럼 더 많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수로 세탁기에 카드를 넣고 건조기로 돌려버린 사람이 얻은 지혜치고는 꽤 값있는 교훈이었습니다. 글감이 없어서 쓴 글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마셔요. 아직 신의 창고에는 열두 개의 글감이 남아있사옵니다.
한 줄 요약 : 인간은 언제나 실수를 한다. 거기에서 깨달음을 얻는 사람만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