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르세우스 Jan 12. 2022

원치 않는 아미(ARMY)와의 전쟁

원제 : 뻔뻔함과의 전쟁

 은 집합 금지 정책 때문에 함께 모일 기회가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저희 집을 포함해서 일곱 가정의 족들이 자주 만나며 친하게 지습니다. 같은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우연찮게 엄마들끼리 알게 되었고 함께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녀교육에 대한 코드가 맞는 분들 이어서 한 번 모이면 즐겁게 놀기도 하고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하곤 했죠. 일종의 집단 육아 같은 개념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강 자전거 트래킹

 몇 년간의 교류로 아이들 뿐만 아니라 가족끼리 끈끈해지고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아빠들끼리는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자주 만나기 힘들다 보니 얼굴 익히기도 쉽지 않고 막상 만나면 데면데면해서 대화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죠. 

 와중에 얼마 전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다가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한 주제가 나왔습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아빠들이 일곱 명 만약에 모이게 되면 팀처럼 모임의 이름을 만들면 좋겠다며 뭘로 이름을 정하면 좋겠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빠들은 빼고 엄마와 아이들 모두를 그린 작품 (ⓒ Hong.J.A)

 저는 밥을 먹다 말고 전혀 일말의 죄책감 없이 "멤버가 일곱 명이면 당연히 BTS라고 해야지"라고 말을 해버렸죠(제가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었습니다). 제 말을 들은 아내는 최근 들은 이야기 중에 제일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저희 가족 중에는 아미가 2명(아내, 둘째)이나 있기 때문에 BTS에 대한 이야기는 상 기분 좋고 아름다우며 훈훈한 내용이기를 바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눈치가 없던 저의 만행은 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불필요한 궁금증이 생겼던 저는 또 한 명의 아미였던 둘째를 긴급 호출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빠들 일곱 명을 BTS 멤버랑 하나씩 짝을 지어준다면 아빠는 누구 시켜줄래?" 둘째의 표정은 엄마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안돼요, 그런 짓을 왜 해야 돼요?"

 오기가 생긴 저는 둘째에게 사정사정했습니다. 물론 제가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만~ 그냥 짝꿍 정해준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안 되겠니?" 애원하는 제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둘째는 화이트보드 판에 이름을 적어가며 한 명씩 짝을 지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무렇게나 짝을 지어줄 거라고 생각하고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미의 입장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둘째에게는 각 멤버의 이미지와 다른 아빠들에게서 느꼈던 이미지를 매칭 시켜야 하는 매우 난이도가 높 고차원적인 활동이었던 것이죠. 고민을 하는 동안 둘째는 도대체 이런 걸 왜 해야 되냐는 볼멘소리를 합니다.


 10여 분간의 검토 끝에 결과는 나왔고 결국 저는 지민과 짝꿍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큰 감동을 받았죠. 왜냐하면 둘째가 멤버들 중에서 지민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아빠들 중에서 내가 1등을 차지한 셈이 뿌듯해하는 모습이 한없이 유치하긴 했지만 나름 제게는 소확행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아이의 허락을 어렵게 얻어 최근 아이가 학원에서 선생님의 도움을 얻어서 완성한 초상화를 유해봅니다.

초등 4학년 수준임을 너그러이 감안해주셔요~


작품 1호 : 지민 _ 우리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멤버

작품 2호 : 정국 _ 정국 팬인 숙모의 의뢰로 제작




작가의 이전글 연락처와의 전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