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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an 23. 2024

아이들의 생애 첫 연탄봉사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주말 아침 퇴근길 한산한 지하철 안에서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진 전단지를 묵묵히 줍는 학생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였음에도 묵묵히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몹시 기특하고 인상적이었죠.


선행이란 단어는 의미나 실제로 봐도 정말 멋진 일입니다. 이런 행동은 남을 도울 뿐만 아니라 자기 고양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전문가들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해보라는 해결책을 주기도 하죠. 





이번에 운 좋게도 기회가 닿아 단체 연탄봉사 활동에 이들과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쓰면서 하는 일명 노력봉사를 경험할 기회를 얻은 셈이죠.


다행히 날씨도 많이 춥지 않았고 아침에 컨디션도 괜찮았습니다. 어두운 옷을 입고 오라는 당부가 있어서 얇은 패딩부터 집에 있는 검은 옷이란 검은 옷은 모두 꺼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집결지인 공영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인원이 얼마나 될까 싶었는데 어림잡아도 80명은 넘어 보입니다. 20~30대 젊은이들도 정말 많이 모였더군요. 이 나라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아 보입니다. 


아쉬움이라면 가족단위의 참석자가 저희 집 포함해서 세 팀뿐이었다는 점입니다. 어린이는 노란색 우의를 줬기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일회용 비옷과 장갑을 받아 들고 착용한 뒤 잠시 시작할 때까지 대기합니다.




시간이 되어서 연탄이 있는 곳으로 함께 이동합니다. 오늘 연탄봉사활동을 하는 곳은 바로 강남구에 있는 구룡마을입니다. 서울에 살지 않던 시절에도 뉴스를 통해서 자주 언급된 곳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올 일도 생기는군요.


이 지역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나 민감한 부분들은 뒤로 하고 열악한 주택을 비롯해 전기, 수도, 도로 등 거주환경은 정말 최근에 가본 지역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열악해 보였습니다.  




3분 정도 좁은 흙길을 걸어서 시작점에 도착하니 연탄 쌓여있습니다. 눈썰미가 있는 제가 보니 어림잡아 1,400~1,500장은 족히 되어 보입니다. 이제 이곳에서 시작해서 연탄을 각 가정마다 운반을 하게 됩니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시작하려는데 무리하지 말라며 남자분들은 두 개, 여성분들이나 아이들은 하나씩 일단 해보라고 합니다.


예전에 홍은동에서 영하 15도의 열악한 날씨에 꽤 경사가 많은 오르막 코스 연탄봉사를 경험해 봤던 이곳은 상대적으로 쉬워 보입니다.


다만 힘들었던 점이라면 이동거리가 두 배로 늘었고 영상의 기온으로 인해 연탄에 조금만 충격이 가해져도 부서지거나 부스러진다는 부분입니다.





둥이들도 자기 몫을 하기 위해 의젓하게 하나씩 들고 이동합니다. 

오늘 참석한 분들 중에 아이는 둥이들 포함해서 단 다섯 명뿐이었기에 기특했죠. 며칠 전부터 연탄봉사 하는 날이 기대된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요. 희한한 녀석들입니다. 제가 지난번 연탄봉사를 다녀왔을 때 재미있었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4분 정도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가면 가장 안쪽에 세 집이 나옵니다. 이곳에 가져온 연탄을 쌓을 수 있도록 넘겨주고 다시 내려가서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 됩니다.


사랑의 연탄 담당자께서 연탄 하나는 3.6kg이고 두 개를 한꺼번에 넣으면 길어야 8시간까지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보통 한 달을 쓰려면 200장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저질체력이지만 나름대로 버티며 나르고 있는데 둥이들도 네 번 정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더니 꽤 지친 모습이 보입니다. 한 녀석은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말합니다. 차마 입에서 "군대 가면 이것보다 더 힘들어"라고 말해주지는 못하겠군요. 


그럼에도 제가 하고 있으니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서 그 모습이 미안하면서도 기특하기도 합니다. 한결 더 어른스러워진 듯도 합니다. 어쩌면 제 어린 시절보다 더 나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 나이 때에 이런 활동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10시부터 11시 50분까지 두 시간 여만에 모든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저는 스무 장, 행복이 건강이는 둘이서 19장을 날라서 총 39장의 연탄을 날랐죠. 계산을 해보니 엿새 정도 쓸 수 있는 양이어서 들인 노력에 비해 미미하다는 생각도 들어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땡땡이치지 않고 열심히 했다는 증거는 장갑을 보니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땀에 젖은 듯해 보이는 제 등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아이들과 상의해서 매달 2만 원씩 세 군데(그린피스,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를 도와왔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의 경험은 새로운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때 어느 단체를 선택할지 고르는 데는 홍보영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죠. 


그런데 이번에는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기회를 얻었으니 아이들도 많은 깨달음이 얻었겠죠.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으며 어떤 분들을 돕는지 직접 눈으로 배웠을 테니까요. 그와 더불어 돕는다는 기분이 어떤지도 알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남을 돕는 일이 그 어떤 경험보다도 값어치가 있다고 훌륭한 일인지도 말이죠. 


한 줄 요약 : 만약 누군가가 너희에게 가장 빛나는 하루가 언제였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날이라고 해도 부끄럽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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