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20대 시절 몸무게는 54kg이었습니다. 그 범위 내에서 거의 변동이 없었죠. 체중이 많아서 다이어트를 고민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언짢으실 수도 있지만 너무 말라서 고민인 경우도 그들 나름대로 세상 심각한 고민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겐 슬픈 별명들도 따라다닙니다. 멸치, 해골, 마른 장작, 스미골(반지의 제왕 골룸) 등등 말이죠.
대학교 시절 자취를 했기 때문에 먹는 시간이 불규칙하고 밖에서 파는 음식을 먹을 일이 많은 것에 비해 살이 찌지 않은 것은 체질적인 영향 때문인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입도 좀 짧은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어디서든 하도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 시절은 제 체중은 부모님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고 어떻게 해야 살이 찌느냐의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저처럼 입이 짧은 아이들을 보며 부모님께서도 저를 보며 엄청 답답하셨겠다 생각이 들었고 유전자의 힘은 역시 무섭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취업을 하고 나니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안 늘어나던 몸무게는 57kg 부근까지 치고 올라갑니다. 장족의 발전이지요. 출근을 위해 일어나고 자는 시간, 음식을 먹는 시간들이 일정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어서 그랬던 모양이었습니다. 칼로리가 높은 술도 그때부턴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했죠. 술자리에서 안주발 세우는 제 음주 방식은 남의 눈총을 받을 순 있었겠지만 살 찌우기에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40대가 되자마자 마의 구간이었던 60kg까지 돌파해버립니다. 문제는 갑자기 그 수치가 치솟기 시작한 것이죠. 제 키에 맞는 표준 몸무게가 63~64인데 65까지 올라간 것을 눈으로 보게 되자 덜컥 겁이 났습니다. 중년의 아저씨가 가진 인격의 상징인 아랫배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터라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운동을 하자!'라고 결기 있게 다짐했지만 결심은 그때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식습관을 당장 바꿀 정도로 의지가 강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관리가 안 되는 상황으로 치닿는 듯하다가 생각지도 않은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표준 몸무게에서 딱 체중이 큰 변동이 없게 된 것이죠. 식이요법을 한 것도 아니고 운동을 꾸준히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굳이 생활습관이 바뀐 것이라고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글을 쓴다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문득 뇌를 쓰는 일이 칼로리 소모와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뇌는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섭취된 칼로리의 30%, 탄수화물의 경우에는 약 60%를 소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글쓰기는 체중당 1.74kcal/h 만큼 소모 가능하다고 합니다. 제 몸무게 기준으로 1시간의 글을 쓴다면 약 110kcal/h 가 소모되는 것이죠. 러닝머신 1시간이 200~250kcal 소비된다고 하니 그리 나쁜 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런치에 계신 다른 작가님들은 글쓰기와 몸무게. 이 둘의 인과관계를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그리고 한편으로 제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생겼습니다. 체중이 평균보다 훨씬 적게 나가는데 머리 쓰는 일을 시키지 않으면 혹시 몸무게를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죠.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번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분명히 그 말을 듣는 즉시 오늘부터 건강과 체력을 위해 살이 쪄야 하니 공부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할 것이 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