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르세우스 Jan 20. 2022

명품과의 전쟁

인간이 명품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재테크

 저는 개인적으로 명품에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첫째도 가성비, 둘째도 가성비를 따지는 성향이죠. 그렇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의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기는 합니다.

 저는 한 번 갔던 길을 웬만하면 잊지 않고 한 번 만난 사람들의 얼굴도 잘 잊지 않습니다. 눈썰미가 나쁘지 않은 편이죠. 그에 반해 이상하게도 물건들을 보는 안목은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좋은 것과 그냥 그런 것을 구별하는 눈썰미가 없는 편입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유명한 명품이나 일반 제품의 차이를 느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물건을 살 때도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인지 명품이라고 불리는 고가의 물건들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이 약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저의 소신은 사회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든 허용해도 된다는 쪽이라 명품을 좋아하는 분들에 대해서 딱히 특별한 감정을 가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뉴스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더불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특히 명품 브랜드 샤넬은 우리나라에서 수시로 해외토픽으로 나올 법한 이슈를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시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에 백화점 오픈하기 전부터 길게 늘어선 구매자들의 줄은 이제 그리 특별한 뉴스거리도 되지 못합니다. 심지어 명품을 사기 위줄 서기 알바까지 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저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희소성을 가진 물건에 대한 소유욕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전략의 일부로 명품 회사들이 재고가 생기면 할인하는 방식이 아닌 소각함으로써 가치를 유지하는 방침을 가졌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남들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소유욕은 저도 예전에 느껴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5~6세였을 때쯤이었습니다. 그때 대유행했던 터닝메카드의 주인공 '에반'이라는 이름의 장난감을 사기 위해 오픈하기 전의 이마트 앞에서 번호표를 받아서 줄을 서본 적이 있으니까요.

 그때 그 물건을 손에 쥔 순간 느꼈던 최초의 감정은 바로 '드디어, 비로소. 마침내, 결국, 기어코'라는 단어가 포함된 성취감과 희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로 얻는 기쁨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곧 허무함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한 땀 한 땀 모았던 터닝메카드에 대한 관심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라져 갔기 때문이죠 결국 중고나라 통해 반값도 받지 못하고 한꺼번에 팔아버렸습니다. 물질적인 이라는 것이 과연 인간의 진정한 행복에 정말 큰 기여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근원적 의문이 든 경험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왜 이렇게까지 모았나 싶은 터닝메카드

 그런데 제가 싸게 팔아버린 터닝메카드와 달리 요즘 명품은 다시 되파는 일명 '리셀'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재테크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한정판이기 때문에 중고시장에서 되려 가격을 높여서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샤넬에 대한 열풍도 마찬가지 경우입니다.


 이런 명품 재테크 개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사건이 얼마 전에 있었던 '대구 신세계 나이키 오픈런 사태'입니다.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나이키 신발을 사기 위해서 백화점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역주행도 불사한 무서울 정도로 전력질주를 하게 된 것이죠.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606630


 약간은 성격이 다른 두 가지의 이야기이지만 명품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문득 아이들에게 '명품'이 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을 해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학기 사회에서 특산물에 대해서 배웠던 터라 이것저것 많이 물어왔기에 곰곰이 고민해보았습니다. 명품은 원래 사전적 의미가 하나뿐이었습니다.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이나 작품'. 그런데 새롭게 네이버 국어사전에 등재된 개념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고 가격이 아주 비싼 상표의 제품.'


 명품에 대한 욕구는 남녀 학생들을 가리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남자 명품 순위, 여자 명품 순위도 모자라 인터넷에서는 학생들이 입는 패딩으로 사회적 계급을 나눈 사진이 화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노x페x스라는 브랜드가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주는 일명 '등골 브레이커'였는데 지금은 굉장히 많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이런 보기 불편해 보이는 자료들이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것이 일부 업체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서 뿌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패딩으로 나눈 계급

인간으로 살면서 물욕이 생기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욕구들 중 하나이니까요. 저 역시 그럴듯해 보인다하더라도 한때 책 모으는 데에 혈안이 되었던 적이 있었으니 별반 다를 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물건을 가지더라도 좀 더 내 인생에서 진짜 의미와 가치가 있는 물건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어떻게 쓰는 것에 대한 것은 자유이지만 조금만 더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데도 쓰면 어떨까 하는 것이죠.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욕구와는 별개로 그 물건이나 물질적인 가치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굉장히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런 문화가 많다고 언급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호텔 주차장에서 자동차 브랜드로 사람들을 차별하고 백화점에서도 복장으로 안내하는 사람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그런 직업에 한해서 나타나는 불편한 진실은 아닐 것입니다.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가치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키운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저 역시 부끄럽게도 겉모습으로 사람들을 많이 판단하는 경우가 아직까지 많습니다.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함과 함께 아이에게 사람의 내면도 읽어낼 줄 아는 능력을 키워주는 부모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3D 프린터와의 전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