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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우너 Feb 15. 2022

슈퍼볼로 엿보는 현재의 미국

미국 하면 슈퍼볼 슈퍼볼 하면 미국

슈퍼볼은 미 전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풋볼 챔피언 결승전을 뛰어넘는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 역사 트렌드 등을 총체적으로 상징하고 반영하는 이벤트로 코로나 시대 이후 최대 규모로 펼쳐진 56회 SUPER BOWL LVI에 대해 주목할 만한 요소들을 적어본다.


소비 사이클


미국은 세계 최대의 바이어 국가이자 소비가 내수를 튼튼히 뒷받침하고 있는 시장 중심 국가이기에 소비의 사이클이 아주 꼼꼼히 짜여 저축 따윈 잊게 하는 데 (대학 풋볼 Bowl Games이 1월에 먼저 스타트를 끊지만) 본격적으로 소비의 불을 지피는 건 NFL 플레이오프와 슈퍼볼. 이어지는 대학 농구 플레이오프, MLB시즌 개막, NBA PO, NHL PO, 대학 풋볼 개막, NFL 개막, MLB PO 등 프로 스포츠 경기들이 1년을 꽉 채워주고 있다.


세금 보고를 마감하는 4월, 여름의 끝과 학교의 시작, 본격적인 연말 시즌 직전인 9-10월 정도만 전체적인 소비가 주춤하고 봄의 Easter,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Memorial Day, 독립 기념일인 Fourth of July, 여름의 끝을 알리는 Labor Day, Thanksgiving, Christmas, New Year’s Eve가 소비해야 할 이유를 끊임없이 펌프질 해주고 있다. 그중 학교 졸업과 종강, Mother's Day, Memorial Day가 몰려 있는 5월과 연말 돈쭐 내기가 몰리는 11-12월이 사업자에겐 그야말로 꿀 빠는 달이다.

돈 벌어 돈 써서 돈맥에 돈이 돌게 하는 천조국


광고


1월의 CES가 테크의 흐름을 보여준다면 2월의 슈퍼볼이 집행되는 광고는 한해의 소비 트렌드를 살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현황판이다.


슈퍼볼 다음날 주요 일간지인 USA Today는 Ad Meter 섹션에 슈퍼볼 광고에 대한 평가, 분석, 순위 등을 싣고 있다. (학부 시절 매해 저널리즘 수업 토픽이어서 아직도 경기보다 광고를 더 진지하게 분석적으로 시청하는 버릇이..)


주요 광고 분야

EV: BMW, Polestar, Chevy, GM, Kia 등 Tesla 추격자들의 격전이 뜨거웠다. Kia 역시 전기차인 EV6 광고를 송출했는데 동물, 로봇, 전기차 삼박자를 픽사 감성으로 녹여내며 호평을 받았다.


Streaming: EV와 마찬가지로 Netflix를 추격하는 OTT 기업들의 광고가 쏟아졌다. 가장 눈에 띄었던 광고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The Rings of Power의 트레일러를 선보인 아마존과 이번 슈퍼볼 중계를 맡은 NBC (모기업 Comcast)가 사활을 걸고 노출시킨 OTT사업부 Peacock


Crypto: 대장주 Coinbase를 비롯하여 FTX, eToro, Crypto.com 코인 거래소들이 슈퍼볼 광고에 참전하며 최근의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낙폭에도 불구하고 NFT 등을 비롯해 블락 체인 시장의 성장 전망을 밝히고 있다.


Metaverse: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Meta의 Quest 2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광고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번 주 (2/15 after closing)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 Roblox의 어닝에 관심이 모아지는 중.


Non/Low Alcohol: 저알콜을 즐기거나 아예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는 2030 젊은 층, 특히 여성들을 타깃 한 주류 브랜드들의 저도수와 무알콜 제품들이 쏟아졌다. Hard Seltzer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한 White Claw를 필두로 수많은 브랜드들이 시장 점유율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분야인데 이미 수년 전부터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던 중 코로나로 인해 여러 제약으로 집에서 가볍게 즐기는 소비가 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건강과 자기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라 살 안(덜) 찌고 일반 탄산음료처럼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고 가격도 착한 장점이 있어 당분간 인기는 지속될 듯.


이밖에도 인종문제와 성평등에 대한 인식으로 흑인과 여성들을 내세운 광고들도 주목을 끌었으며 팬데믹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업무 방식을 반영하는 SaaS를 제공하는 기업들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Pandemic의 Endemic으로의 전환이 가까워지며 여행 관련 기업들 역시 광고 시간을 채웠다.


내 마음의 Top 3는 1) 80년대 8비트 아케이드 게임을 연상시키는(벽돌깨기) 4면에 바운스 하는 QR Code만 심플하게 내건 Coinbase, 2) 전체적인 영상의 감각이 돋보인 Bud Light NEXT Zero Carb, 3) Toyota의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형제애 스토리. Coinbase의 QR Code 광고는 파격 그 자체였다. 실제로 스크린에 떠 다니는 QR Code를 아이폰으로 스캔하니 Coinbase 새로 가입하면 $15 지급이나 이미 가입자면 $3M (약 35억 원) 추첨 행사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나만의 Top 3

Coinbase

https://www.youtube.com/watch?v=eIUD_NE1BDo


Bud Light NEXT: Zero in the Way of Possibility

https://www.youtube.com/watch?v=qcBzA-wdm2k


Toyota: Start Your Impossible

https://www.youtube.com/watch?v=u3pbC74bf8E


USA Today의 공식 Top 10 (개귀여운 Robo Dog이 인상적이었던 Kia EV6 광고도 당당히 Top 10 선정)


Bose


기업들은 슈퍼볼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30초에 $6.5M) 지출하지만 슈퍼볼 최대 수혜자는 Bose.


풋볼은 헤드코치와 담당 코치들이 특정 선수들과 전략 전술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Bose가 큼지막하게 도배된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어 경기 내내 브랜드를 노출한다. (이전 스폰서는 Motorola)


NFL 공식 사운드 파트너로 $40M/year 이상 스폰서 비용을 감당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슈퍼볼 단일 경기에서만 대략 $170M 정도의 노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Bose는 창업자가 본인이 교수로 있던 MIT에 지분을 기증하여 현재 MIT가 대주주인 미국의 대표적인 오디오 기업 (미국의 힘)


Bose와 더불어 전통적인 광고 방식이 아닌 경기 중 노출로 광고 효과를 누리는 NFL 공식 파트너는 Nike, Pepsi (Gatorade포함) 등이 있다. AI 기술과 데이터 관련 전문기업인 Hive의 인공 지능 추적 조사에 따르면 경기 중 Nike는 46분, Bose는 8분가량 노출된 것으로 집계된다.

Bose의 SoundComm 시리즈를 착용하고 있는 Rams의 Sean McVay, Bengals의 Zac Taylor 헤드코치


Halftime Show


Family Affair라 불린 힙합 레전드들 총출동

클럽에 베이스 빵빵하게 때려대던 90-00년대 음악에 추억이 방울방울

현장감과 사운드 전달이 약했던 음향 컨디션이 다소 아쉬웠다.


 힙합씬에 한 획을 그은 뮤지션들: Eminem, Dr. Dre, Kendrick Lamar, Mary J. Blige, Snoop Dogg, 50 Cent


경기


어웨이팀이 공교롭게 홈구장에서 경기하게 된 천운을 증명하듯 Rams는 터치다운 2개로 기세를 잡으며 쉽게 가는 듯했지만 2QT에서 공격의 핵심 전력인 OBJ가 무릎 부상으로 빠지며 공격진 단체 멘붕으로 실책을 반복하다 결국 3QT 역전 허용


4QT 경기 종료 1분 정도 남기고 가까스로 TD 하며 재역전에 성공


Bengals의 마지막 공격 찬스에서 이번 슈퍼볼에서 우승하면 은퇴를 고려한다고 사전에 언급했던 Rams의 수비 핵심 Aaron Donald가 QB Burrow를 바닥에 쓰러 뜨리며 경기 종료


MVP는 Wide Receiver로 두 번의 극적인 TD을 잡아낸 Cooper Kupp이 차지. 보통 승리팀의 QB이 공격을 이끌며 MVP 받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경기에서 Stafford는 인터셉트를 포함한 실책이 너무 많았다. (본인도 표정관리 안 될 정도)


지난 금요일 주식 전문 채널인 Yahoo Finance에 출연한 interviewee가 슈퍼볼 관련 질문에 필드골 하나(3점) 차이의 경기가 될 거 같다 했는데 예상 적중 (뛰어난 분석 능력은 어디에나 적용되나 보다. 부럽..)

경기 종료 1분여를 앞둔 4쿼터 극적인 터치다운으로 역전을 성공시키며 MVP까지 거머쥔 Cooper Kupp


Stan Kroenke


해외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 외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기업인. 미국 내에서도 미디어 노출을 많이 하지 않는다.


Stan은 유년시절부터 소도시의 자영업자였던 아버지의 사업을 도울 정도로 born to be an entrepreneur로 성장했다.


월마트의 상속 자녀 중 한 명인 Ann Walton과 결혼하며 천부적인 사업 능력으로 월마트 개점 지역 부동산 개발을 하며 대부호의 위치로 발돋움했다. 단일 부호로 익숙한 엘런 머스크, 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 등이 있지만 일찍이 소비 중심국가에서 Walmart 제국을 건설한 Walton 가문이 소유한 부를 합치면 세계 1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Rams는 창단은 Ohio주 Cleveland에서 하여 운영하다(1936-1945), 2차 대전 종전 후 빅마켓인 LA로 이전하여 반세기 동안 운영되었고 (1946-1994), Stan Kroenke가 구단을 매입하며 본인의 고향이자 처가 패밀리가 주름잡고 있는 중서부의 Missouri주의 St. Louis로 팀을 이전하여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는데 약 20년의 운영 끝에 2016년 다시 LA로 팀을 이전하며 다른 유흥 거리가 넘치는 메트로폴리탄과 달리 프로 스포츠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St. Louis 시민들이 극대 노하며 거의 매국노 수준의 배신자로 낙인찍혔지만 어쩔 수 없이 돈벌이가 되는 곳으로 가는 사업가 다운 결정이라는 평가.


Kroenke는 땅 부자로 소유한 토지 면적은 대략 서울의 10배 정도이다. 참고로 미국 토지 부호 3 대장은 John Malone(통신 사업 매각), Ted Turner(CNN 등 미디어 그룹 창업 후 매각), Stan Kroenke인데 John Malone과 Ted Turner의 회사들은 현재 모두 통신이 모체인 AT&T 자회사가 되었다. 부호들에게 인기 많은 미국 땅덩이는 Colorado, Montana, Wyoming 등 축복받은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지역들.


이외에도 LA Rams (NFL), Denver Nuggets (NBA), Colorado Avalanche (NHL), Colorado Rapids (MLS), Arsenal (EPL) 등과 e-sports팀과 엔터와 미디어 회사도 수두룩하게 소유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 기업인.

수퍼볼 우승 트로피를 건네 받는 Stan과 St. Louis의 상징인 The Gateway Arch에 Stan을 조롱하는 광고 영상을 만든 지역 로펌


SoFi Stadium


SoFi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온라인으로 개인 대출을 주업으로 최근 당국에서 은행업 허가까지 받으며 잘 나가는 시총 약 $10B의 핀테크 기업.


미국 스포츠 경기장은 일반적으로 소비재 기업이 시설 소유사로부터 Naming-rights를 계약 임대하는 데 SoFi는 20년 $625M 금액에 (이름값으로 대략 연 400억 원 지출) 계약했다.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열심히 치달해야 하는 입장.


경기장은 엘에이 카운티에서 다소() 낙후 지역인 Inglewood에 총 $5.5B (약 6조 5천억 원) 개발비를 들여 2020년 완공했으며 최고의 시설을 갖춘 최대 약 10만 명 수용 가능한 새로운 스타디움이다 보니 LA Rams와 LA Chargers 두 NFL팀들의 홈구장 용도 외에도 2028년 LA 올림픽 등 굵직한 이벤트들이 이미 쭉 잡혀있는데 이곳도 Stan아저씨 소유 (이 분에겐 그저 소유한 수많은 경기장들 중 하나일 뿐. 본인 땅의 본인 경기장에서 본인 팀이 슈퍼볼 우승을 차지하는 기분이란)


지난해(2021년) 말엔 BTS 콘서트가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티켓 매출로 약 $33.3M 거두어들이기도 했으며 초대형 스타디움답게 어디서나 경기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역대급 4K LED 스크린 일명 The Infinity Screen을 설치했는데 제작사는 바로 삼성전자.

재외국민이 가장 많은 LA에서 국뽕 차오르게 해주는 자랑스러운 이들


Joe Burrow


미국 풋볼 역사에서 누구보다 화려한 커리어 하이를 써나가고 있는 무서운 NFL 차세대 스타. 쿼터백 주전 자리를 위해 3학년 때 전학 간 대학교를 챔피언으로 이끌었고 최고 영예의 상인 Heisman Trophy를 거머쥐며 NFL 전체 드래프트 1위로 신시내티에 입단했고 쿼터백으로서 각종 프랜차이즈 기록을 갈아 치우며 25세의 나이에 팀을 33년 만에 슈퍼볼로 이끌었다. (이번이 Bengals의 세 번째 슈퍼볼 경기로 이전 두 번 모두 SF 49ers에게 패배. 캘리포니아에 한 맺힐 듯)


비록 아쉬운 역전패였지만 개인적으론 (뇌피셜) 쿼터백 대결에서 완승하며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 선언한 레전드 Tom Brady를 이을 슈퍼스타로 점치는 평가에 수긍하게 된다. 영웅은 서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

25세 청년의 지난 3년간 이룬 성과: NCAAF 대학풋볼 챔피언, Heisman Trophy수상, NFL 전체 드래프트 1위, 수퍼볼 진출


30대 헤드코치


최초로 슈퍼볼 양 팀의 헤드코치가 30대. LA Rams가 먼저 2017년 파격적으로 Sean McVay를 채용했고 팀에 성과를 증명하자 여러 팀들이 능력 있는 젊은 코치들을(30대 중반-40대 초반) 헤드코치로 스카우트하며 코치진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Rams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Sean McVay 코칭 사단의 Matt LaFleur는 Green Bay Packers, Zac Taylor는 Cincinnati Bengals, Brandon Staley는 LA Chargers의 헤드코치로 부임했다. 재밌게도 이들 중 Zac Taylor와 이번 슈퍼볼에서 맞붙었다. (서로 전략을 너무 잘 알아서 더욱 팽팽한 경기였을 듯)


Sean McVay의 친조부 John McVay는 New York Giants의 헤드코치, San Francisco 49ers의 임원을 역임한 뼈대 있는 NFL지도자 집안.


Sean McVay의 최연소 기록들: NFL팀 최연소 감독, 슈퍼볼 진출 최연소 감독, 슈퍼볼 우승 최연소 감독 (종전 기록은 10개월 일찍 태어난 분)

Rams에서 함께 팀을 이끌던 McVay사단 출신의 헤드 코치들.  성장의 리더십의 좋은 예


Millennial Generation 

(80년대 초반 - 90년대 중반)


가히 밀레니얼의 밀레니얼에 의한 밀레니얼을 위한 슈퍼볼이 아니었나 싶다.

미국의 최대 소비층이자 국가와 산업의 방향 등 거의 전부분을 리드해 나가고 있는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고의 방향을 보면 이 세대가 주축이 되어 끌어가는 미국의 방향을 관찰할 수 있다. (반면 대통령은 계속해서 70대가..)


한 세대가 중심에 자리했음을 보여줘지만 나이의 장벽은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나이와 무관하게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 철학, 라이프스타일 등이 포스트 팬데믹을 이끄는 전환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흐름.


LA & COVID-19


Los Angeles는 코로나가 미국에서 한창 피크이던 때 여러 차례 전 세계 확진자 최다를 기록한 도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30년 만에 슈퍼볼을 호스트하고 친정팀이 우승까지 거머쥔 LA Rams를 비롯해 2020년 LA Lakers, LA Dodgers가 NBA, MLB 챔피언쉽을 거머쥐며 팬데믹에 지치고 답답했던 시민들 가슴을 뻥 뚫어주었다.

시민들에게 연달아 커다란 선물을 안겨준 LA 연고의 스포츠 구단들


*사진 출처:

Bose: LA Rams / Omaha World-Herald

Halftime Show: The Atlantic / LA Times

경기: AP / Daily Mail

Stan Kroenke: Reuters / BC Law Firm

SoFi: Front Office Sports / KCRW / Samsung

Joe Burrow: New York Times / The Guardian / The Cold Wire / USA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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