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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슈페너 Nov 18. 2019

브런치 작가 24일째 일어난 일

브런치 작가가 된 지 25일째다.

시작은 엉뚱했다. 친구의 권유로 브런치를 구독하게 되었고, '제7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아! 여기에 응모해 보자!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사건의 전말이 시작된다.

응모를 어떻게 하는 건가, 기웃거리다 보니 '작가 신청'을 해야 하고 '브런치 북'을 만들어야 한단다. 이게 다 지? 일단 작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2019. 10. 24일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고 시작하는 메일을 받았다. 와!!! 대학을 합격하고 정확히 34년 만에 받아 보는 합격 통지서다!!!

사방에 자랑을 다. "난 이제 작가야!"


다음 코스는 브런치 북을 만들어야 했다. 최소 10개의 글을 만들어야 한다.

11월 17일이라는 숫자는 작곡을 전공한 나에게 으로 오랜만에 '마감'이라는 날짜의 압박을 일깨워 주었다. 밤을  작곡을 하고 마감 오후 5시까지  문이 닫히기 전 얼마나 많이 달렸던가. 요즘은 컴퓨터로 모든 것을 해치우는 축복받은 세대지만, 우리 때는 곡의 사보를 직접 해야 했고, 작곡을 넘어 콩나물 대가리를 이쁘게 그려 넣는 일 또한 작곡의 마지막 탈고의 순간이었다. 그 오선지를 들고뛰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참으로 편안하고 신사적인 '브런치 북'만들기이다.

'어쩌다 작가' '어쩌다 응모'의 프로젝트는 LTE 속도로 10개의 글을 만들어야 하는 최고의 목표를 안겨 주었다.

'작가 소개' '작가의 서랍' '발행' '발간' 등 생소한 공간이 나를 맞아 주었다. 온라인의 책을 만드는 게 신기하고 놀이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식탁에 쭈그리고 앉아 느려 터진 타자음이 들릴 때마다 자꾸만 기가 였다. 한숨을 토해내고, 가끔은 너무 외로워 눈물이 나고, 지인과 식구들에게는 17일 까지야!! 를 반복적으로 말하며, 나를 건들지 말라!!! 엄포를 놓았다. 경쾌하게 '탁탁'소리를 내며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던 글쓰기는 거대한 프로젝트 앞에 속이 울렁거리거나, 토할 거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니 그야말로 밥이 나와 떡이 나와! 누가 모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머리를 쥐어짜며 내 안의 얼마 안 되는 것들을 탈탈 털고 있을 때, 17일은 성큼성큼 다가왔고 밖의 경치는 나 몰래 겨울로 겨울로 자꾸만 달아났다. 나를 상관 안 하고 제쳐 놓은 지는 오래되었고, 나도 그들을 모른 척했기에 삐질 만도 하다. "이쁘다! 이쁘다!" 해주지 않으면 자연도 서운해한다.


책의 커버를 정하고, 제목도 어렵게 정하고,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도 고심 끝에 써 내려갔다. 목차를 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시간 나의 여행]은 탄생되었다!!

쿵쾅쿵쾅! 응모 버튼을 누르자 너무도 쉽고 간단하게 나의 책은 '응모 글 둘러보기"에 별처럼 박혔다.

밤 12시까지 노트북을 끄지 못하고, 올라오는 책들을 노려 보았다. 하하~~!!


브런치 작가가 되고 24일 만의 일이었다.

엄청난 일을 해낸 시간은 느리 적 거리지 않고, 올해 마지막 가을을 지워 내고 있다.

게우고 또 게워 낸 글들은 부끄러워하며 세상에 나갔다.

새삼 책꽂이에 아무렇게나 꽂혀있는 책들이 안쓰러워 보인다. 이들이 나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고생하며 속앓이를 했을까.

소중히 다뤄 줘야지.


요번 프로젝트에 나가지 못한 글들은 작가의 서랍에 차례를 기다리며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잠시만 기다려.

좀 더 이쁘게 만들어 "발행!"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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