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그러니의 연속

나의 글쓰기 방식

by 하나

덩그러니 남아버린 기분이었다.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다가 누군가 나를 부를 때서야 정신을 차렸다. 딴 생각을 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 엉뚱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어떤 말이 좋다거나, 어떤 게 귀엽다거나, 뭐가 좋거나 너무 싫더라, 하는 말들. 그러면 앞에 앉아있던 사람은 갑자기? 라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응, 갑자기. 대화를 이어갔다. 삐걱대며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애썼다.

감정변화의 폭이 큰 편이었다. 마구잡이로 내 감정을 드러낼 때가 있었다. 모든 걸 발산하고 나면 지쳐 넋을 놓았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섬세하게 느껴져 사람을 대하는 것이 힘들었고, 내가 내 감정을 견디기도 힘이 들었다. 넌 좀 예민한 것 같아, 이상한 것 같아, 하는 말들을 들으며 내 감정표현이 상대방을 지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표현을 멈추면 느끼는 것도 적어질 것 같았기에 더 이상 아무 것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감정을 숨겨봐도 느껴지는 것들은 그대로였다. 입안에 말과 감정들을 가득 품고 살았다. 말할 수 없으니 참는 것이 일이 되었다. 결국 내 표현방식은 두 가지만 남았다. 무표정이거나, 울거나. 그러니 화가 나도, 당황을 해도, 감동을 받아도, 슬픈 장면을 봐도, 기뻐도 무표정이다가 눈물이 났다. 모든 것에 무반응이거나 우는 걸로 내 감정을 퉁 쳤다. 울 상황이 아닌데도 눈물이 난 적이 많다. 왜 울어? 하면 그냥 눈물이 난다고 했다.

매일 확실한 내 감정과 기억을 기록한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일기는 꾸준히 써왔지만 정확한 언어로 쓴 적은 없었다. 항상 추상적인 단어와 문장으로 마음을 표현해왔다. 그런 방식으로 일기를 쓰고 나면 정리된 기분이 아닌 더 고조된 감정이 나를 감쌌다.


전엔 글을 쓰는 일이 내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해소가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들만을 부추겨왔던 것 같다. 내 글쓰기 방식은 밑도 끝도 없이 울기만 했던 것과 별반 다를 것 없었다. 내 하루도 그랬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우는 것의 연속. 일방적인 덩그러니의 연속.

창에 김이 서려있는 걸 봤다. 창밖과 안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더 뿌예졌다. 안이 아무리 뜨겁게 데워져도 말없이 하얗게 변하기만 하는 창. 숨이 차도 소리 내지 않았던, 울음이 터져도 소리 내지 않고 울었던 날들. 손가락으로 창에 그림을 그렸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창에 물방울이 맺히다가 뚝뚝 흘렀다.


바깥의 사람들은 창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를 것이었다. 창 한 부분을 닦아 바깥을 내다보았다. 닦은 부분만큼 창밖의 일이 보였다. 창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창이 투명해졌다. 이제는 밖에서도 나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는 바람이 적응이 되지 않더라도, 더 오랜 시간 창을 열어두기로 했다. 안과 밖이 투명해지도록. 바깥에서도 나를 알아볼 수 있도록. 그러면 지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창에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 물어볼 수 있겠지. 손그림보다 더 많은 표현방식을 갖고 싶었다. 지금보다 더 정확하게. 더 많은 날들을 울게 된대도, 내가 왜 우는 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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