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오는 건 그 사람의 과거가 함께 오는 것이다

흔적과 마음

by 하나
사람이 오는 건 그 사람의 과거가 함께 오는 것이다.

누군가의 행동이나 물건에서 과거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어림짐작한다. 이건 이런 마음이었겠지, 저건 저런 마음이었겠지.


그러나 그 사람이 겪은 사람까지 내가 다 알 수는 없다. 그물처럼 얽힌 관계를 따라간다. 그들이 어떤 마음을 주고받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본 그 사람과 다른 사람들이 본 그 사람이 일치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것처럼, 그 사람의 시간 또한 그럴 것이다.


모르는 것은 영영 모르는 것으로 남는다. 어떤 마음에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으로 무언가 지켜내야겠다는 다짐이 생기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맥이 풀리듯 모든 마음이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런 순간이 오면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극복해야 할 거리가 생긴다. 나는 아는 길만 걷는 것으로 자꾸만 빙빙 둘러가게 되고. 시간이 지체될수록 그 거리의 끝에서 만나잔 약속은 희미해진다. 아무리 걸어도 멀기만 하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변화시켰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 겪은 시간 때문이었을 것이다. 혹은 그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 그맘때쯤 하는 약속 같은 것 때문에. 그 시간 속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할지, 내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여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후자이길 바라면서 내 마음을 생각하면 또 아니다. 누군가에게 특별해지고 싶어 아등바등하던 시간들이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많은 일들이 서로를 향해야 한다지만 그러지 않아도, 내 쪽에서만 쏟아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 나처럼 하고 있는 걸 본다면 나는 그에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나?


아는 것이 없으니 알 수 없는 것들에만 매달리게 된다. 희미한 것에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모르니 먼 곳만 보게 되고. 사람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사람들 앞을 떠다니는 먼지들만 보게 된다. 먼지가 모여 계속해서 형태를 바꾼다.


오늘은 먼지가 사람처럼 보이는 날이었다. 한 사람만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딸려오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집안에 먼지가 쌓였다. 바닥을 쓸고 군데군데 쌓인 먼지들을 닦아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의 다음 날도 먼지가 쌓인다면 뭔들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밤이 왔고 오늘의 청소도 과거가 되었다. 힘이 쭉 빠졌다. 아무도 모르는 형체가 되어 아무도 모르는, 나조차도 모르는 곳을 떠다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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