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있던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던 글이 읽히기 시작했을 때

by 하나

문제는 자기 자신의 내부에 있다. 외부에서 그 문제를 찾을수록 내부의 문제는 가려지고, 영영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작가가 되기를 꿈꿨다. 학원을 전전했고 재수를 해서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오래도록 글을 쓰고 싶다던 막연한 생각은 점점 구체화되었다. 나는 정말로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학교에서 성적을 받기 위해서나 등단을 위해서는 시나 소설을 써야 했다. 그러나 내가 시나 소설로 인정받은 적이 있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런 적이 없는 것 같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써야 했지만 언젠가부터 걱정이 많았다. 잘 안 될까 봐. 잘 해내지 못할까 봐 겁이 났다.


내 주변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이미 작가가 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잘 쓰든 못 쓰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부담스웠다. 작가라는 꿈은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서 멈췄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글이라는 걸 완전히 포기하지도, 완전히 해내지도 못해 선택한 진로였다. 곧 수강신청이 있고, 오티가 있고, 입학이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내 앞에 계단처럼 서있고, 하나라도 잘못 디디면 도미노처럼 쏟아져버릴 것 같다. 함께 대학원에 진학하는 친구들 모두 설레는 마음에 내게 일정을 보내온다. 하나도 즐겁지가 않다. 확신이 없다. 괜찮을 거라는 마음과 그렇지 않을 거라는 마음 사이로, 내가 해온 것들까지 다 사라지고 있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소중한 글을 기대하겠다는 메일에 괜히 뒤숭숭해졌다. 이전에 써두었던 일기를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던 글이, 그랬던 내 글이 읽히기 시작했다. 속도 없이 기뻤다. 어쩌면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나, 싶을 정도로.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작가라는 건 너무 멀고 높아서,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은 나를 멈추게 했다. 난생처음으로 용기를 냈던 일에 그 어떤 것보다 크게 겁을 냈다. 그것은 작가가 되지 못해서,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오로지 나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라는 이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이 좋아졌으면 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과 또 아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 브런치에 들어와 사람들의 꽤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었다. 나 또한 누군가 읽어주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다시 썼으면 한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부끄러워질지라도, 다시 그만두고 싶어 질지라도 일단 지금은, 다시 시작해 보려는 마음이 생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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