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가족이 있다는 것
이래도 사랑할 수 있나?
추석 명절을 앞두고
친정어머니께서는 몸도 맘도 많이 분주하시다.
장사를 하시는지라 명절 대목에 바쁜데다
근래 다쳐서 장기입원끝에 결국 장기요양환자가 되어 집에 누워 오롯이 타인의 손길에 의지해야하는 아버지도 돌보셔야 한다.
해외생활 십수년만에 오랜만에 고향에 좀 장기로 머물 상황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큰 딸인 나는 어떻게든 엄마를 도와드리려고 한다.
그런데 동생이 문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동생이 염려스러워 바쁜 와중에도 뭐라도 좀 도와주고자 애를 쓰신다.
조그만 스트레스에도 터지는 풍선같은 동생에겐 주말이나 연휴가 그야말로 지뢰밭이다.
하루종일 몇 날 몇 일 아이들과 남편과 다같이 집에 있다보면 피곤해지고 짜증이 나게 마련인데 그런 상황에서 감정컨트롤이 안되는 사람이니 문제가 커지고 엉뚱한 사람들에게 불똥이 튀고 난장판이 되곤한다.
그래서 바쁘지만 없는 틈을 쪼개서 새벽에 일어나서 반찬들을 만들어 동생에게 갖다주고 오라고 부탁을 하신다.
나도 명절전에 시댁에서도 뭔가 할 일들이 있지 않을까 눈치가 보이지만 엄마의 짐을 조금이라도 나눠야겠다 싶어 함께 새벽부터 같이 반찬만들고, 아버지도 좀 케어해드리고 동생집으로 향했다.
처음엔 평범하게 함께 조카들 밥도 먹이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그런데 내가 도착하기전에 동생이 애들을 먹이려고 했는지 배민을 통해 음식배달을 시켜놨다.
그런데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몇시간이 지나도 배달이 오지않는 것이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동생이 핸드폰을 놓지못하고 슬슬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는게 보이는 것 같아서 주의를 환기시켜 보려고 일단 전화를 좀 내려놓으라고 했다가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더 기름을 끼얹었다.
음식점 사장님과 통화연결이 되자 상황을 얘기했는데 뭔가 몇가지 착오가 있었는지 처음부터 원하는 대로(사과와 환불 약속) 해주지를 않고 오히려 주소를 잘못 기재한 것이 아닌지 확인해 보라는 반응이 나오자 더욱 흥분을 하고 있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니 답답한 마음에 도와주고자 전화를 잠시 내게 넘기라고 한 것이 또 화근이 되었다. 더 화만 돋구었다.
그 사장님께 몇번을 전화해서 자기 입장을 얘기하고 따지며 다그치다가 소리까지 지르고 그래도 분이 안풀리자 경찰서로 가겠다는 걸 막느라 또 몸싸움까지 날 뻔했다.
순수하게 자기애로 똘똘 뭉친 모습.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귀에 자기소리만 들리는 헤드폰이라도 끼고 있는 것처럼 전혀 남의 말은 들리지 않는 모습. 그 자기 기분을 좀 건드렸다고 상대방은 물론 주변에 있던 가족에게 마저 언어의 칼날로 난도질해대는 모습에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입을 다물고 눈까지 질끈 감았다.
쟤는 지금 아픈 사람이다. 이성도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문도 모르고 바쁜 연휴에 실수 좀 했다고 과하게 진상짓하는 손님때문에 맘 상했을 그 사장님이나 배달하시는 분께 대신 사과를 드릴 수도 없고 이런 식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스스로도 상처받고 또 상처를 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생각하니 맘이 참 착잡했다.
아프다는 거 아는데도, 각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또 그런 태도와 모습에 나도 데미지를 입는다.
너 때문에 새벽부터 일어나 여기까지 반찬 나르러 온 나는 안보이니?
너를 위해, 너를 도와주려고 옆에서 좀 거들고 말렸다고 너한테 큰 잘못을 한것처럼 또 나를 밀어내고 빈정거리며 적대시하는 네 모습.
내가 그래도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가족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끝까지 손놓지 않고 와닿을 때까지 사랑을 주는 거라 생각하며 이해되지 않아도 들어주며 공감해 주려고 했건만...
그래도 쉽게 하루 아침에 바뀔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역시나 참 힘들다.
다시 한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