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근 한 6개월만에 브런치에 들어와봤고 글을 써볼 생각이 들었다.
그 반년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변화들이 있었고 지금도 그 변화에 적응중이다.
브루마블 실사판 같은 남편의 행적은 결국 또 생각지도 못하던 낯선 나라 핀란드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나는 남편과 둘이서 스페인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는데 불과 6개월이 채 지나기 전에 스페인 생활을 철수하고 한국으로 들어가서 시댁에서 시어머니와 부대끼며 6개월여동안 살다가 갑자기(?) 핀란드에 있는 회사에 취직한 능력있는 대단하신 남편 덕분에 나는 지금 핀란드라는 나라에 와서 적응중이다.
독일 생활 10년 넘게 했고 유럽은 익숙해질만도 한데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핀란드.
이곳 저곳 옮겨다니는 삶에 지쳐서인지, 갱년기인지 우울감, 무기력함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으면서도 빠져나오려는 몸부림도 치기 싫은 그런 상태.
가족이라고는 남편과 나 둘 뿐인데 애초부터 말이 없고 말하는 건 별로 안좋아하고 특히 나와는 대화의 주제나 스타일이 너무 달라 서로 대화가 없는 남편은 자기도 회사다니고 또 새로운 회사,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고 고민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린 건지 퇴근 후, 휴일이 되어도 너무 에너지가 고갈되어 보이고 혼자만의 시간, 가만히 있는 시간이 필요해 보이므로 접근을 못하겠고....
나의 힘든 감정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열심히 주변 맘씨 좋은 친구들을 붙잡고 입에 모터달린 것 마냥 쏟아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이 채워지지 않고 멍하고 휑한 그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든 내 마음을 글로 쓰면서 있는 그대로의 내 마음을 마주해 보고 정리도 해보고자 용기를 내 본다.
오늘은 예수승천일이라는 공휴일.
독일도 핀란드도 기독교 베이스의 나라라 기독교 관련 공휴일이 많다.
주말이 아닌 주중간에 끼어있는 이 공휴일에 여유롭게 늦잠을 자고 늦은 아침을 같이 먹고 또 다시 밀린 잠을 자는 건지 혼자 놀다가 방에 들어간 남편과 혼자 성경을 읽고 묵상을 하려고 식탁에 앉은 나.
문득 부부로 20년 넘게 살아왔고 지금도 한공간에 이렇게 있지만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타인같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부부고 부모자식간이라도 건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들은 듯 하지만 부부라면 뭔가 더 친밀함과 일체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생긴다. 한마디로 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남편은 불편함을 못느낀다는데.....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