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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lytoon Jul 03. 2023

6:0 베이글스코어라도 괜찮아

5월 찬란한 파리의 테니스

파리로 가는 비행기 티켓과 대회 기간 동안 머물 숙소까지 예약을 마쳤다.

대부분의 일정이 롤랑가로스 대회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준비할 건 없었다.

7년 전과 다른 점이라면, 테니스 대회를 보러 가는 것과 여행 가방에 테니스 라켓이 추가된 것.

파리에 간 김에 테니스를 칠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현지에서 치고 싶어서 라켓을 챙겼다.


라켓과 테니스화 그리고 테니스 옷들로 가득 찬 테니스 가방을 메고 도착한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전광판에 보이는 롤랑가로스 대회 광고를 보며 그랜드슬램을 보러 온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파리에 사는 한인 분들이 만든 테니스 오픈 채팅방을 통해 게스트를 신청했고, 파리에서 첫 번째 테니스 일정이 잡혔다.

장소는 숙소에서 꽤나 먼 장소였는데, 파리를 살짝 벗어난 외곽지역의 Vincennes 공원 안에 있는 테니스장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4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하니 호스트 분이 자전거 2대를 끌고 오셨고 함께 자전거를 타고 공원 안에 위치한 테니스장으로 이동했다.

광활한 산림공원 안에 위치한 테니스장에서 2시간 동안 3명이 돌아가면서 단식으로 경기를 진행했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게임을 즐겼다.

나를 제외하곤 파리에 5년 이상 살고 있는 한국분들과 파리의 룰에 맞춰 게임을 진행했는데 신기했던 건 파리에서도 게임 시작 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서브를 넣었다.

한국에서는 거의 복식위주로 게임을 하는데 여기서는 단식 게임을 자주 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단식을 하니까 평소보다 더 많이 뛰었고, 땀은 났지만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우리 옆 코트에서는 연세가 지긋한 파리지엥 두 분이 여유롭게 테니스를 치고 있었는데, ;테니스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나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테니스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니스를 치고 호스트분이 추천해 주신 근처 테니스클럽 안에 위치한 식당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관리가 잘 돼있는 클레이코트를 보면서 파리에 오면 클레이코트에서 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클레이코트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자 이런 코트는 관리인이 있는 코트라 연간 멤버십이 있어야 사용이 가능하다고 이곳에서 테니스를 치는 분들은 대부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파리의 테니스와 서울의 테니스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확실히 파리에 사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테니스는 꽤 핫한 운동 같았다.

파리지엥들의 테니스 사랑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 테니스가 삶의 일부일 정도로 많은 프랑스인들이 어릴 때부터 테니스를 배우고 늙어서까지 이 운동을 즐긴다고 한다.


식당을 오가는 파리의 테니스 동호인들을 보니 젊은 사람부터 노인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는데, 공통적인 특징은 우리나라 동호인처럼 라켓이나 의상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화이트나 블랙 계열의 운동복을 입었는데 Artengo 같은 비교적 저렴한 운동복이 많이 보였다. 라켓 또한 신상라켓보다 연식이 느껴지는 라켓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테니스는 역시 장비빨이라고 생각한 스스로를 조금은 반성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테니스 그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지금보다 인프라가 더 갖춰진다면 언젠가 테니스가 더욱 발전하고 우리 삶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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