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킹 에세이 #0016
Cigarettes After Sex - Nothing's Gonna Hurt You Baby
33년이나 지난 일이죠. 그러니 오래된 일이 당연합니다. 나는 겨우 열여덟이었으니까요. 그때 말입니다. 정말이지 풋풋함과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모습 아닙니까? 이거 한번 보세요. 지금은 누가 줘도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검고 크고 우스꽝스러운 안경을 쓰고 있잖아요. 하지만 저 때만 해도 저건 유행이었어요. 저 때 찍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잖아요. 멋진 주인공들이 어떤 안경을 끼고 다녔는지. 저는 마치 그 시절의 주인공처럼 쫙 빼 입고 다니길 좋아했거든요. 물론 저도 저 자신을 잘 알고 있었어요. 키도 작고 생김새는 평범하기 짝이 없으며 근육도 그다지 없었죠. 누가 봐도 샌님이잖아요. 저기 저 심문받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세요. 얼마나 초라하고 왜소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인지. 물론 이제 막 성인이 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죠. 다들 그렇잖아요. 저 시절은 아무것도 정립된 것이 없이 그냥 시간이 흐름 속에 자신의 의지와 뜻이 뭔지도 모를 이상하고 구부정한 길로 아무 생각 없이 다가 그냥 길을 잃고 헤매곤 하잖아요. 제가 딱 그랬죠. 그래서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지만 말입니다.
후회요? 물론 당연히 무척 아주 많이 오랫동안 후회했죠. 사실 한순간이라도 그날을 후회하지 않은 적은 없었죠. 제 인생의 가장 눈부신 젊음을 송두리째 뺏긴 거잖아요. 너무 후회스럽죠. 하지만 어떡하겠습니까? 이제 다 지난 일이고 시간 속에 모든 상처에 딱지가 생겼고 그 딱지를 떼기를 수십 번도 더 한 뒤의 세월이 지났으니깐요. 하지만 정말 바보 같았어요. 내가 생각해도 너무너무 바보 멍청이 같았어요. 내가 사랑이라고 착각한 것을 나는 순진하게 믿고 그녀가 준 독 사과를 그냥 덥석 받아 먹은 거예요. 그거에요. 마녀에게 완전히 놀아난 거죠. 절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땐 몰랐어요. 세상을 너무 몰랐던 거죠. 인간이라는 동물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정말이지 몰랐던 겁니다.
그날의 진실요? 네. 알아요. 그날의 진실을 다들 궁금해하죠. 그리고 사실 당신은 제 입에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어떤 극적인 고백을 기대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렇겠죠.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그날의 진실은 지금까지도 안젤라와 나, 그리고 하느님밖에 모르겠죠.
신을 언제부터 믿었냐고요? 몇 년 되었어요. 물론 처음에는 필요에 의해서예요. 나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들어줄 이들이 필요했으니까요. 아시잖아요. 저는 갇힌 그 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나의 결백을 주장하며 일관된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을요. 나를 도울 수 있는 모든 영향력 있는 이들을 찾아 요청했죠. 기독교 알림 연합회도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