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승용차가 신호등에 멈췄다. 뒷좌석에는 중년의 신사가 타고 있다. 그는 모 대기업 부회장이다. 그는 창을 통해 도시의 뿌연 하늘을 쳐다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그는 회사의 매출 실적에 늘 압박을 느꼈다.
그때, 승용차 옆으로 큰 트럭이 멈췄다. 트럭 운전사는 왼팔을 창턱에 걸친 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미>의 <빙글빙글>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속만 태우고 있지
늘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우리 두 사람
그러다 우연히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부회장과 운전사.
운전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부럽다! 나도 저런 풍족한 삶을 하루라도 살아 봤으면!’
부회장은 트럭 운전사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자조했다.
‘아! 부럽다! 단 하루라도 편안하게 살아 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