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램덩크의 그 열차, 에노덴
도쿄에서 전철 타고 1시간. 가나가와현에 위치한 바다 마을 가마쿠라는 슬램덩크 배경지로 유명하다. 슬램덩크 연재가 종료된 지 2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최고의 스포츠 만화로 손에 꼽힌다. 올해 슬램덩크를 처음 읽은 나는 명작이 주는 충격을 처음 맛봤다. 그래서 도쿄에 간 김에 하루 시간을 내 가마쿠라에 갔다. 27년이 지난 가마쿠라는 과연 슬램덩크에서 본 그대로일까?
신주쿠 역에서 오다큐 라인 열차를 타고 58분. 에노덴의 첫 번째 정차역인 '후지사와'에 도착했다. 가마쿠라로 바로 가지 않고 이곳에 온 이유는 에노덴을 타고 가나가와의 풍경을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오다큐 라인에서 내린 나는 에노덴 열차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 구글 지도로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길이 복잡해 10분을 헤매었다. 다시 처음 장소로 돌아왔는데 곳곳에 (아주 친절하게) 에노덴 라인으로 갈 수 있는 표지판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구글 지도보다 눈앞에 표지판에 의지하는 게 길을 찾는데 더 도움이 된다.
친절한 표지판 덕분에 길을 찾은 나는 에노덴 1일 승차권인 '노리오리쿤'을 구매했다. 가격은 800엔. 하루 종일 에노덴을 4번 정도 탈 계획이라면 1일 승차권 구매를 추천한다.
드디어 슬램덩크에서 북산 농구부가 종종 타고 다니는 에노덴을 실제로 봤다. 첫 번째 정차역의 혜택으로 맨 앞칸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맨 앞은 기관사 그리고 그 앞 풍경 모두 볼 수 있는 명소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아이들의 꿈과 희망인 기관사의 센스 있는 제스처가 인상 깊었다.
만화에서 보던 풍경을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세월이 지나 열차의 모습은 변경된 듯하다. 그래도 오프닝에서 보던 색감 그대로 초록과 노란 컬러를 유지하고 있다.
맨 앞칸은 기관사를 꿈꾸는 아이들의 지정석이다. 이 날도 기관사 모자를 쓴 아이가 가장 좋은 자리에 서서 기관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나도 아이 뒤에 서서 같이 쳐다봤다. 열차는 신기하게 시내 중앙을 통과하는데 기관사는 바깥에서 열차 구경하는 아이들에게도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역시 아이들의 꿈과 희망답다.
기관사가 손으로 바다를 가리켰다. 역시 쏘 스위트 하다. 바다가 보이자마자 반해서 내렸다. 알고 보니 슬램덩크 오프닝 배경 그리고 윤대협과 황태산, 변덕규가 있는 능남고등학교 앞으로 유명한 '가마쿠라코코마에'였다. 역에서 내린 뒤 2분 정도 걸으면 그곳이 나온다.
능남고와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쳤던 연습경기 후 나왔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아마 에노덴을 타고 돌아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27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풍경이 감동이다.
이 장면은 채치수와 안경 선배의 과거 회상 장면이다. 에노덴은 15분 간격으로 열차가 있는데 이 장면을 보려고 땡볕에서 15분을 기다렸다. 바다 풍경 사이로 열차가 지나가는 것이 만화에서 본 장면 그대로였다. 15분이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은 서핑 명소인가 보다. 사람 구경. 차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태어나서 한 번도 서핑을 해보고 싶다 생각한 적 없었는데 서핑 마치고 육지로 돌아오는 할아버지를 보니 나도 언젠가 서핑 즐기는 할머니가 되리라.. 다짐했다. 얼마나 재밌으면 아직까지 즐기시는 걸까.
앞에 보이는 신호등만 건너면 금방 바다로 갈 수 있었다. 이 바다는 슬램덩크 최종화에서 전국대회를 탈락한 뒤 강백호가 채소연의 편지를 읽는 장면의 배경지이다. 이곳은 2탄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