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처음은 처음이지?
난생처음 떠난 해외여행지, 오사카. 입국하기까지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한글로 입국카드를 쓰질 않나, 세관에서 왓츠 인마이 백을 하질 않나…
당시의 나는, 해외여행객이라면 모두가 거치는 작업 중 하나로 여겼다.
(이후로 단 한 번도 세관에 걸린 적이 없었다.)
그 당시 내가 가진 건 종이지도와 데이터가 되지 않는 휴대폰. 이 두 가지였다.
해외에서 인터넷을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했었던 나였다.
지금 보면 정말 무지했다. 첫 해외여행인 것도 있었고 워낙 낙천적인 성격 탓에
지도만 있으면 잘 찾아가겠지 하며 몸으로 부딪혔다.
여차저차 라피트를 타고 난바 시내로 이동. 가는 내내 창밖을 뛰어내릴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동했다.
시내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숙소 찾기. 종이지도에 매직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넣어 위치는 파악했지만,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생각난 건 나침반. 휴대폰 기본어플 중, 나침반을 이용했다.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를 기준으로, 나침반을 이용해 숙소를 찾는 기술을 깨우쳤다.
지금에야 구글맵이 워낙 잘 알려줘서 손쉽게 찾아가지만, 그 당시의 나는
전혀 이용할 수 없었고 종이지도와 나침반으로 충분히 해냈다.
(10분 거리였으나 30분 걸린 건 비밀)
그렇게 숙소 체크인을 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낯선 환경에 예민해져 있었는데 성취감과 안도감에 모두 풀어져버렸다.
첫째 날 오사카, 둘째 날 교토, 셋째 날 나라 그리고 귀국.
교토에서 소나기가 내려 옷이 모두 젖었던 기억.
우산을 사려고 들어간 편의점에서 가격 때문에 내려놓았던 기억.
늦은 저녁, 무작정 들어간 온천에서 느꼈던 이슬비 내리는 노천탕의 기억.
교토에서 함께 사진 찍자며 다가온 일본 여고생들과의 기억.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맑은 하늘을 보여줬던 나라에서 사슴들과의 기억.
돌아오는 항공기에서 느꼈던 그 만족감과 행복감이란
지금 돌아보는 이 순간에도 눈물이 날 정도로 좋은 경험이자 추억이 되었다.
이때를 잊지 못해 시간이 날 때마다 해외여행에 나선다.
물론, 이제 데이터를 사용한다.
가끔 생각나는 첫 해외여행에서의 그 무모함과 도전정신은 대단했다.
데이터도 없이 해외에 나갈 생각을 하다니. 몰랐으니 망정이지
지금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것 같다. (e-SIM은 정말이지 혁명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 처음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의 태도가 될 것이다.
그 처음이 어땠냐에 따라 나의 취향이 형성될 것이다.
그 처음들이 하나둘씩 모여 어느새 내가 된다.
앞으로도 나의 밑거름이 될 처음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기쁜 마음으로 부딪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