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세포는 약 50조 개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 모든 세포 안에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작은 공장, 미토콘드리아가 자리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독립된 세균이었다는 점이다. 약 15~20억 년 전에 한 원핵세포가 이 세균을 집어삼켰다가 소화하지 않고 오히려 공생을 시작했는데, 이를 내공생설이라고 부른다. 이 협력 덕분에 세포는 산소호흡을 활용하여 훨씬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이 가능해졌고, 그 결과 오늘날 동식물과 같은 복잡한 진핵세포가 출현할 수 있었다. 만약 이런 공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다세포 생물의 출현도, 인간의 존재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포 속에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DNA는 사람을 포함해 대부분의 생명체에서 이중나선 구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세균처럼 원형 DNA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는 미토콘드리아가 세균에서 유래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미토콘드리아가 모계로만 유전된다는 점이다. 난자는 풍부한 세포질과 함께 미토콘드리아를 전달하지만,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수정 과정에서 대부분 파괴되거나 제거된다. 따라서 우리의 세포 안에서 숨 쉬고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사실 어머니로부터 이어받은 것이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청해지기)
인간과 동물은 외부에서 섭취한 포도당을 산소와 결합시켜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반면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포도당을 만들어내야 한다. 낮에는 엽록체가 햇빛을 이용해 포도당과 산소를 합성하고, 이어서 미토콘드리아가 이 포도당을 연료로 삼아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밤에는 빛이 사라져 광합성이 멈추지만, 낮 동안 저장해 둔 전분이나 포도당을 미토콘드리아에서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다. 즉, 식물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하루 24시간 내내 미토콘드리아의 세포호흡에 의존한다.
에너지 생산 과정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미토콘드리아는 호흡을 통해 얻은 산소를 사용하여 포도당과 지방을 연료로 삼아 ATP를 대량으로 합성한다. 특히 지방산의 산화는 오직 미토콘드리아에서만 일어난다. 한편 세포질에서도 포도당만을 이용해 소량의 ATP를 생산하는데, 이를 해당과정이라고 한다. 해당과정은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무산소 과정으로, 격렬한 운동 시 근육에서 흔히 일어난다. 마치 미생물의 발효 과정과도 비슷한 방식이다.
이제 암세포의 독특한 대사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상 세포는 산소가 충분할 때 미토콘드리아에서 대량의 ATP를 생산하고, 산소가 부족할 때는 세포질에서 무산소적으로 젖산과 소량의 ATP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암세포는 다르다. 산소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미토콘드리아보다 해당과정과 젖산 발효를 과도하게 활용한다. 이를 바르부르크 효과라고 부른다. 미생물의 무산소 발효는 인간에게 이롭지만, 암세포의 발효의 결과는 정반대이다. 암세포가 이런 비효율적인 대사를 선택하는 이유는 빠른 증식을 위해서다. 세포 분열에는 단순히 ATP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핵산, 아미노산, 지질 등 다양한 구성 성분이 필요하다. 해당과정에서는 이런 중간산물이 풍부하게 나오기 때문에, 암세포는 에너지인 ATP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분열과 증식에 더 유리한 길을 택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암 환자들에게는 종종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 암세포의 성장에 필요한 포도당을 제한하는 식이요법이 권장되기도 한다. 정상 세포는 일정 횟수의 분열을 거친 뒤 노화와 사멸 과정을 밟지만, 암세포는 세포 주기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손상되어 무한히 증식한다. 결국 암세포의 목적은 단 하나, 생존과 자기 복제이다. 그 과정에서 숙주인 사람의 몸을 파괴하면서도 스스로 늘어나려는 성질이 멈추지 않는다. 미토콘드리아의 공생이 인간의 삶을 가능케 하였듯이, 암세포의 왜곡된 무산소대사 또한 또다른 방향으로의 생명의 집요한 집착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암세포 대사의 이유를 좀더 정확하게 알게되는 날 암의 치유법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미토콘드리아와의 공생을 시작하기 전, 원핵세포는 지금의 발효 미생물처럼 무산소 대사에 의존하며 살아갔다. 그런데 암세포의 대사는 마치 그 시절의 흔적을 되살린 듯하다. 어쩌면 암세포는 15억 년 전 미토콘드리아와의 공생 이전으로 되돌아가려는 생명의 망령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미토콘드리아 덕분에 복잡한 생명이 가능해졌지만, 동시에 생명 속 어딘가에는 여전히 원초적 발효의 기억이 남아 있고, 암세포는 그 기억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존재를 이어가려는지도 모른다.
(사진출처: doop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