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실험

과잉 설계된 존재와 그 함정을 탈출하는 법

by 임풍

인간은 흔히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실존의 경험에서 냉정히 들여다보면, 어쩌면 인간은 우주가 시도한 가장 복잡하고도 기괴한 과잉 설계된 존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생존에 필요한 수준을 훨씬 넘어선 사유 기능을 탑재한 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쉼 없이 돌아가는 생각의 기계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동물은 직관과 본능의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지만, 인간은 눈과 귀가 작동하는 순간부터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불평하며 비경제적인 걱정의 굴레에 빠진다. 이는 명상이나 수양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데, 생각 자체가 뉴런의 연결이라는 기계적 패턴을 통해 자동으로 리트리브(Retrieve)되기 때문이다. 또한 생각은 하나만 하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수많은 생각들을 연쇄적으로 끌어와서, 우리를, 상념의 도가니에, 빨려들어가게 만든다. 하나의 생각 아이템이, 어렵게 끝나면, 즉시 다른 생각들이, 기다리고 있다.

밤에 잠을 잘 때조차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꿈이라는 통제 불능의 세계는 우리의 의지가 몸과 정신의 온전한 지배자가 아님을 매일 밤 증명한다. 우리는 내가 원하지 않는 공포를 보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서사에 휘둘린다. ​낮에는 불필요한 판단과 걱정의 굴레라는 의식의 감옥 속에 산다. ​밤이 오면, 무의식이 던지는 혼란스러운 이미지 속에서 무의식의 습격에 시달린다. ​ 결국 나라는 자아는 낮과 밤 모두에서 주권을 상실한 채,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강요하는 경험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무력한 존재인 것이다.

이 거대한 존재적 함정 속에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누리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 미완의 설계를 역이용하는 자신만의 심리 알고리즘을 통해 존재의 함정을 해킹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지각의 필터를 재설계하는 선택적 감각 차단이다. 인간의 불행은 외부 세계의 자극을 뇌가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때 증폭된다. 따라서 때로는 안경을 벗어 세상을 흐릿하게 만들거나, 시선을 땅으로 향해 시각적 트리거를 최소화함으로써, 뇌로 유입되는 데이터의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는 회피가 아니라, 판단의 피로도를 낮추고 내면의 선명도를 지키려는 고도의 방어 전략이다. 물론 뉴스나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다음은 뇌의 기계적 저항을 동력으로 삼는 역설적 의도를 활용한다. 우리의 정신은 하기 싫은 일에 대해 거부감을 뿜어내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이때 마음의 소리에 순응하는 대신 청개구리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마음이 강하게 반대할 때, 오히려 그것을 행동의 신호로 해석하여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방식은 고착화된 뉴런의 회로에 혼란을 주고, 자동화된 감정의 지배로부터 주도권을 탈환하는 훌륭한 해킹 툴이 된다. 여기에 삶의 리듬을 극도로 규칙적으로 설계하여 생각의 카오스가 침투할 틈을 제거한다면, 뇌는 불필요한 선택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안정적인 상태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언어와 외부의 비난을 고장 난 오르간 건반 소리로 치부하는 감각적 전환이 필요하다. 불협화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나,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내면의 질서를 보호하는 것이다. 의미 없는 소음에 감정을 낭비하지 않을 때, 우리는 타인이라는 지옥에서 벗어나 고요한 평온에 이른다. 동물이 가진 자연스러움은 그들의 존재가 세계와 일치하기 때문이지만, 인간은 세계와 자아 사이에 과잉된 정신 반응이라는 간극이 존재한다. 우리는 분명 자연의 흐름에서 소외된 미완의 존재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알고리즘적 실천은 그 간극을 능동적으로 메우는 인간만의 고유한 투쟁 방식이다.

결국 아기 인간은 스스로 원해서 이 생각의 굴레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신에 대한 개념이 난립하는 세상은 이 설계된 비극을 견디지 못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위안의 흔적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생각에 저항하고, 감각의 노출을 조절하며, 규칙적인 리듬으로 카오스를 길들일 수 있다. 비록 누군가의 설계 단계에서 오류가 있었을지언정, 인간은 그 결함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덧씌움으로써 비극을 준 예술적 생존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실패작이 아니라, 자신의 결함을 스스로 해킹하며, 재창조해나가는 현재 진행형의 존재인 지 모른다.

[오늘의 마음 해킹 미션]
오늘 하루, 당신을 가장 괴롭히는 외부 자극 하나를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처리해 보기 바랍니다. 혹은 마음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작은 일 하나를 청개구리처럼 즉각 실행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 작은 알고리즘의 변화가 당신의 설계된 하루를 어떻게 바꾸는지 관찰해 보기 바랍니다. 이 미션을 수행해 본 뒤 느낀 변화나, 당신만의 또 다른 해킹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