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세이프룸

by 임풍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불가사의한 일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The most incomprehensible thing about the universe is that it is comprehensible(1936년에 발표한 에세이 <Physics and Reality, 물리학과 현실>에서 언급)." 이 말은 우주가 질서 있고,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과도 같다는 아인슈타인의 경외심을 나타낸다. 자연의 법칙이 인간의 이성으로 포착될 수 있다는 점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세계가 질서정연하다는 가정(또는 믿음) 없이 과학이 성립할 수 없으며, 이 가정 자체가 인간 이성의 가장 놀라운 성취 중 하나라고 보았다.

​인간이 생각한 것을 재료를 사용해서 실제로 물건으로 만드는 과정도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불가사의한 일이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서 인생의 행로를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신비 그 자체이다. 그런 사람의 특징은 세상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모든 것과 모든 현상 속에 감추어진 새로운 점을 발견한다. 마치 영화배우가 여러 가지 다른 사람의 역할을 하듯, 자신의 인생을 늘 새롭게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이 발견한 원리 중에서 가장 위대하다. 미국 심리학의 대가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도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세대의 최고의 발견은 사람이 자신의 마음자세를 바꾸어서 그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The greatest discovery of my generation is that a human being can alter his life by altering his attitudes of mind.”

생각의 변화를 통해 인생코스 뿐만아니라, 자신의 기분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눈을 뜨면, 또는 혼자 조용히 있을 때, 자주 부정적인 생각이나 기억들이 떠오른다. 기분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이때, 데일 카네기가 <자기 관리론,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에서 말한 대로, "하루하루를 밀폐된 격실 속에서 살아라, Live in day-tight compartments”라는 심리적 벽을 생각으로 세우면, 도움이 된다. 이 개념은 캐나다의 유명한 외과 의사인 오스왈드 호프(Ozvaldo Hoff) 박사의 조언에서 인용된 것으로, 데일 카네기는 이 조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마치 배가 화재를 막기 위해 수밀 격실(watertight compartments)을 구분하듯이, 우리도 심리적인 하루 단위의 격실(daytight compartments)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오직 오늘 하루만 집중하며 살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늘이라는 날을 철판으로 둘러싸인 격실 속에 넣어, 과거나 미래의 생각 공격으로부터 오늘의 나를 보호하는 것이다. 마치 배가 침몰하지 않도록 수밀 격실을 사용하는 것처럼, 우리는 생각의 힘만으로 오늘을 완벽하게 보호된 방 속에서 보낼 수 있다. 데일 카네기는 걱정과 근심을 줄이기 위해 하루하루를 철저히 현재에 집중해서 살아야 한다는 조언을 하며, 이를 배의 수밀 격실에 비유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즉 인간은 생각만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능력을 믿으면, 실제로 기분이 바뀐다.

다른 비유를 하나 더 들자면, 힘든 생각이 떠오를 때를 대비해서, 늘 자신의 몸을 이동해서 잠시 그런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나 도구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거북이의 갑옷 같은 등딱지, 달팽이의 등껍질, 어패류의 조개껍질과도 같은 나만의 심리적인 격리 공간을 만들어둔다. 강도나 테러범의 공격에 대비해서, 집안 깊은 곳에 외부로부터 완전하게 밀폐된 세이프 룸을 설치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나의 마음을 부정적인 생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정신적인 세이프 룸을 설치해둔다.

왜냐하면 부정적인 생각이란 없어지지 않고, 싸워서 이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저항하면 할수록, 부정적인 생각은 관심 에너지를 받아서, 더욱 커진다. 원래 부정적인 생각은 마이너스 1의 상황이다. 그런데 이 생각을 이겨보려고 애쓰면, 기분 나쁜 감정이 추가로 더해져 마이너스 2가 되고,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세상에 즐거움이 있는 것처럼 아픔도 존재한다. 아름다운 꽃과 함께 시든 꽃이 있다. 인생에도 즐거운 순간과 함께 아픈 순간이 공존한다. 모든 아픔(pain)을 미리 없앨 수 없다. 다만, 아픔(pain)이 다가올 때, 근심과 걱정이라는 추가적인 심리적 고통(suffering)을 더할 필요가 없다. 상처의 가려움은 없앨 수 없지만, 추가적으로 긁지 않을 수는 있다. 상처를 긁으면, 상처는 더욱 커지고 회복이 느려지고, 초기 아픔에 더해 추가적인 고통이 생긴다. 아픔은 막을 수 없지만, 거기에서 파생되는 추가적인 심리적 고통을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초기 아픔이 다가올 때, 즉시 피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심리적 세이프 룸을 미리 만들어두어야 한다. 심리적 상처가 가려울 때, 긁으려하는 손가락을 바로 두꺼운 가죽장갑에 넣는 상상이 바로 심리적 세이프룸을 운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