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합리화라는 거짓말

by 임풍

인생은 관계의 연속이다. 부모와 자식으로, 친구와 동료로, 이웃과 시민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가장 중요하고 우리의 영과 혼을 살찌게 하는 것은 결국 솔직함이라는 한 단어로 귀결된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인간의 진정한 관계는 서로를 '그것'이 아닌 '너’로 마주할 때 열린다고 했다. 우리는 흔히 타자를 정의하려 든다. “저 사람은 이렇다”라고 규정하지만, 사실 그 규정이 역으로 나 자신을 드러내는 거울이 된다. 내가 타자를 속이고 합리화할 때, 동시에 나는 ‘속이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타자를 바라보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솔직한가?”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적 장치를 수없이 설치하여 살아가기 때문이다.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우리는 무심코 거짓말을 꺼낸다. 그 순간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거짓말은 묘하게 점점 자라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작은 씨앗 하나가 숲을 이루듯, 거짓말 하나는 또 다른 거짓말을 불러오고, 그렇게 모여 결국 나조차 통제할 수 없는 괴물로 변한다.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 “오늘만 늦잠 자고 내일부터는 꼭 규칙적으로 살아야지”라고 다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일이 되면 같은 거짓말을 반복한다. 길을 걷다 빨간불이 켜졌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너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교통법규를 어긴 것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몸과 안전도 속인 것이다. 친구가 밥을 사주었을 때 “다음에 내가 살게” 하며 구체적인 날짜를 피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것도 사실 작은 거짓말이다. 심지어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인사조차, 마음이 전혀 담기지 않은 형식적 표현이라면 가식적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거짓말은 대단한 사건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 숨 쉬듯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문제는 그것들이 쌓일 때다. 하나의 벽돌은 그 자체로 아무런 힘이 없다. 그러나 수많은 벽돌이 모이면 집이 된다. 작은 거짓말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심리적인 집은 결국 내가 갇히는 감옥이 된다.


타인을 향한 거짓말은 언젠가 들통 날 수 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자기 합리화라는 이름의 거짓말이다. “어쩔 수 없었어”, “다들 그렇게 하잖아”,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자기 위안은 처음에는 위로가 된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되면 나는 점점 진실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거울 앞에 선 순간, 우리는 충격을 받는다. 지금의 나라는 사람은 사실 지난 수십 년 동안 내가 스스로를 속이고 합리화해온 결과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인생이 오십, 육십에 이르렀을 때, 우리의 얼굴에는 그동안의 습관과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어떤 철학자는 “인생 전반부는 부모가 준 얼굴로 살지만, 인생 후반부의 얼굴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단순히 주름과 외모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표정, 눈빛, 말투, 태도, 그 모든 것이 내가 쌓아온 마음의 벽돌, 즉 내로남불과 자기합리화의 산물이다.


대자연을 둘러보면, 배울 점이 있다. 바람은 불면 분다고 말하고, 비는 내리면 내린다고 말한다. 강물은 거짓 없이 흐르고, 나무는 봄이 되면 새싹을 틔운다. 자연에는 변명도, 자기 합리화도 없다. 오직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존재한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그렇다면 우리 또한 거짓 없는 삶을 살아야만 자연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완벽하게 거짓말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작은 거짓말이라도 그 힘을 경계하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오늘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는가? 나는 오늘 나를 속이지 않았는가?” 이 질문 앞에 정직하게 설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어제보다 한 발짝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 거짓말의 벽돌로 쌓아 올린 집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솔직함의 작은 꽃을 심을 수 있다. 거짓말로 가득한 삶은 무겁지만, 솔직한 삶은 가볍고 따뜻하다. 결국 우리 인생을 아름답게 빛내는 힘은 솔직함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