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성과 희망의 실현 시기

by 임풍

가끔 식당에 가면 그런 일이 있다.
음식을 주문한 뒤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조바심이 날 때, "혹시 음식이 아직 안 나왔나요?” 하고 종업원에게 묻는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주방 쪽에서 음식이 막 나오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그때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든다. 혹시 주방 안에서는 이미 다 만들어진 음식을 들고 있다가, 손님이 묻는 그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런 경험은 식당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문뜩 떠올린 날,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오기도 하고, 보고 싶던 사람이 어느 날 우연히 길모퉁이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순간들을 사람들은 우연이라 부르지만, 그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질서가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이런 현상을 동시성(Synchronicity)이라고 불렀다.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지만, 어떤 의미로 연결된 두 사건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일어나는 일을 의미한다. 그는 “당신의 내면이 조용히 깨어 있을 때, 세상은 그에 응답한다”라고 말했다. 잘 생각해 보면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모든 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이밍이 있다. 우리의 조급함과 달리, 세상은 자기만의 리듬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준다. 그 리듬을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잠시 멈추어 기다릴 때
세상은 뜻밖의 방식으로 응답을 보여준다. 우리가 평소에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일들(그것이 사랑이든, 회복이든, 새로운 시작이든)이 어쩌면 이미 우리를 향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길이 아직 눈앞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는 안 되겠지 하고 포기하려는 순간, 삶은 작은 기적의 모양으로 슬며시 문을 연다.

인생의 비밀은 정해진 시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음식이 익는 데 시간이 필요하듯, 우리의 희망도 삶이라는 불 위에서 천천히 조리되고 있는지 모른다. 그 과정이 느리다고 불평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때가 되면, 삶은 반드시 완성된 그릇을 내 앞에 내어놓는다. 이처럼 세상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질서가 있다. 그러나 그 질서는 언제나 우리 편이라는 믿음이 중요하다. 그러니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묻는 순간에 음식이 나오듯, 삶도 언젠가 정확히 그때 우리를 향해 응답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