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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Mar 19. 2022

20년 12월, 영화와 시리즈 단상(2)

<브로드처치>, <스위트홈>, <귀여운 여인> 등

20201229

<브로드처치 시즌 2> (2015, 크리스 칩널 작가) 

재판 진행 중인 사건 하나와  또 다른 사건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시즌 1에서 한 사건의 맥락이 모두 보였기 때문에, 법정영화로만 가기에는 그림판이 좁아져서? 재판정 외부의 갈등이 필요했을 것이다.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짝패와 같은 다른 사건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거울 효과를 일으키려 한 걸지도. 


재판과 직접 관련된 사람들의 갈등을 택하지 않고,  시즌 2의 새로운 인물들과 변호사들의 갈등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축인 사건은 이미 2년 전에 종결된 사건의 진짜 범인이 누군지 밝히려는 알렉과 밀러 형사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 축을 통해 '재판의 결과와 진실은 다른 차원이다.'라는 은유를 성립시키려는 것이었을까?


브로드 처치 시즌 1에서도 흥미로웠고, 이번에도 흥미로웠던 건, 

사건을 파헤칠 때 드러나는 과거의 진실은 현재를 해한다는 것. 

'과거 그 당시에는 매우 중요했던 사건이나 감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되고 지나갈 수 있었던 것. 

그것을 현재에 드러내어 현재의 관계와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 그것이 재판이나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들이다. 과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드러내는 진실이 인간의 삶과 관계에 보탬이 되는가? 그러한 질문 또한 담고 있는 것 같다. 


외부 사건인 리와 클레어를 둘러싼 사건의 내막이 밝혀진다. 그들 주변의 인물들의 관계도 드러난다. 그 둘이 감춰뒀던 진실이 드러나서.. 진실을 덮어두고 힘겹게 사는 것보다 모든 걸 드러내는 것이 가해자 당사자들에게도 보탬이 되는 듯하다. 그런 작가들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바닷가의 작은 마을 배경은 본 작품의 큰 매력이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2001, 데이빗 린치 감독)

이로서 린치 감독은 영화인이 아니라 예술가임을 알겠다. 예전에 봤을 때와 또 다르다.

절대로 영화언어로만 해석이 되지 않고, 이야기 작법으로는 완벽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라캉의 언어를 추가해야 다소 이해가 가능하지만, 이 설명이 이해되는 순간 나머지가 틀린 게 된다. 그래서 양자역학 같다.


20201230 <귀여운 여인> (1990, 게리 마샬 감독)

신데렐라 동화를 영화로 옮겨 놓으면 배우들의 마법에 갇혀 진짜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제작자가 '성매매 직업여성에 줄리아 로버츠의 이미지를 갖다 붙인다면?'이라는 가설을 써서 성공을 했다. 

줄리아 로버츠의 큰 입 미소와 늘씬한 다리. 늘씬한 몸매와 어딘지 모를 우아함. 

리처드 기어의 얼굴과 몸에서 묻어 나오는 매력. 진짜로 저런 남자가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느낌.

하룻밤 성매매 여자에게 저렇게 대하는 부잣집 아들이 어디 있을까? 

이 남자는 왜 비즈니스 관계에서 사적 연애감정을 가지려고 할까?

하룻밤 직업 여자가 잘생기고 돈 잘 주고, 카드로 명품 옷 펑펑 사주는 남자가 싫을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전형적인 설정과 전형적인 스토리가 가장 대중적이라는 믿음을 주는 영화.

알면서도 보고 또 보고 싶다. 그들의 매력 때문에. 배우를 보려. 


<스위트 홈> (2021, 김칸비 원작, 이응복 연출)

뻔한 설정과 뻔한 구성이라도 상관없다.

어디서 본 듯한.. 아니, 아주 구체적으로, <워킹데드 시즌 1-8>까지  50개가 넘는 에피소드가 이 드라마에선 시즌 1안에 다 펼쳐진다. 

왜?  <워킹데드> 시리즈는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에 나오고, 그 이후 다양한 변형된 좀비들이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부산행>의 대성공, 이후 <반도>와 <킹덤>이 좀비물을 대중적 장르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관객들은 이제 말 안 해도 좀비 공식을 안다. 아는 얘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좀비 공식 + 인물 유형 공식도 아는 듯하다.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을 깊이 설명할 필요 없다. 스펙터클로 발라버리겠다는 것이 스튜디오 드래곤의 전략 같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얄팍하고 전형적 스토리에 진부한 여성캐릭터를 씀에도 불구하고 특수효과로 엣지를 만든다.  그러면 관객들이 특이한 캐릭터나 인물의 깊이에 정신을 뺏기지 않고, 신기술에 현혹된다. 인물과 감정에 깊이 감정을 뺏기지 않기 때문에 덜 잔혹해 보인다. 저렇게 피가 난자하고 가학적인데,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나오면 너무 슬퍼서 보기 힘들 것이다. 흠.. 그럼 더 대성공일텐데...

스튜디오 드래곤의 스토리나 캐릭터 결정권자가 바뀐다면, 어쩌면 <아바타>나, <매트릭스> 같은... 그런 혁명적 작품을 만들지 모른다. 


스토리가 맘에 들지 않더라도 새로운 크리처 공식은 궁금하다. 그건 웹툰에서 왔겠지? 그것은 시즌 1 성공의 요인으로 작용된다. 캐릭터의 다양함도 괜찮았고.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럽냐...

군인 여성, 소방관 여성, 매 맞는 아내, 애 잃은 엄마... 어딘가 너무 설정을 위한 설정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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