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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Mar 16. 2022

20년 12월, 영화와 시리즈 단상(1)

<콜>, <누구나 아는 비밀>, <이어즈 앤 이어즈>, <퀸즈 겜빗>..

20201202

< 콜> (2021, 이충현 감독)

간단한 플롯. 뻔한 구조이지만 잘 만든 서스펜스와 배우의 매력은 나머지를 다 커버한다. 

호러 영화 공식 + 타임 립스. 적절한 두뇌게임과 호러적 서스펜스를 만들어서 킬링타임용으로 매우 괜찮게 성공한다.

여자 캐릭터 두 명이 균형을 잘 이루고,  한 세트 공간을 차분히 잘 사용한 인상. 타입 립스를 적절한 저예산 CG로 메우고, 인물들이 타임 립스 되면서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이 흥미롭다. 


<어바웃 엘리>(2009)와 <누구나 아는 비밀>(2019)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평온해 보이는 중산층/서민 정상가족들이 갈등을 일으키다가 속내를 모두 다 드러내는 형태의 플롯을 유지한다. 

각자가 원하는 진실은 각각이 진실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다른 결론으로 치달으며 다음 사건으로 연결된다. 이어지는 사건들은 현재의 그들이 모르는 오래된 과거의 관계망을 알아야만 풀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준다. 

하지만 종국에 다다른 그들의 믿음은 각자가 원했던 시원한 결말을 주지는 않는다. 

파라디 감독은 여기에 꼭 종교적 색채를 입히려 한다.


20201220 

 <이어즈 앤 이어즈> (2019.5~2019.6, 왓챠)

다양한 소수자가 다수가 되어 나오는 가족의 모습. 그렇게 SF적 설정을 갖춘다. 그런 가족들이 겪는 그럴법한 미래. 

마지막 에피소드를 위해서 앞의 설정을 모두 만들었나 보다. 

안타고니스트는 기술을 이용해서 늘 우리 곁에 있고, 프로타고니스트도 기술을 이용하여 함께 연대해 싸워야 한다. 


<퀸즈 겜빗> (2020, 넷플릭스 시리즈)   

이것은 입양아 얘긴데, 모두가 체스 얘기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 재주가 놀랍다. 

상당히 불우한 환경을 가진 백인 고아 여자아이. 생모는 정신분열에 가깝고, 주인공 여아는 지하실에 관리인에게 체스를 배운다. 각성제 중독되고. 

입양 양엄마와 딸의 관계가 우정으로 이루어지는 독특한 관계 설정.  알코올 중독 양엄마와 냉정한 양아버지. 부부 사이 안 좋음. 이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낼 수 있는 건 그 중심에 체스가 있기 때문이다. 


천재 소녀는 스펙터클함을 준다. 

조금 능력이 부족한 남자들이 모두 이 여자를 좋아하고, 이 남자들이 이 여자를 키워서 체스의 여왕을 만든다.

대개의 작품들은 여성들이 힘을 합해 남자를 키워내는데 집중되어 있다. 이 작품은 캐릭터의 남녀만 뒤바꿨을 뿐인데 서사가 신선하고 독특해 보이게 된다. 

이 여성은 남자에 집착하지 않고, 성취 지향적으로 산다. 


20201227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2008, 필립 클로델 감독)

10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나온 의사 언니. 동생과 함께 살기 시작한다. 영화는 언니가 무슨 일로 감옥에 들어갔는지 조금씩 감만 잡게 해 줄 뿐이다.  그녀가 동생과 천천히 함께 지내는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영화 마지막에 언니는 왜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그녀의 입으로 얘기한다. 누구도 그 두 사람의, 언니와 그녀의 아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녀의 선택을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할 뿐만 아니라, 감옥에 다녀온 사람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라 볼 수도 있다.  감옥에 다녀온 사람을 우리는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 표리부동 하하지 않을까? 


이 이야기의 플롯은 상당히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의 표정이 많은 것을 담고 있다. 


# 이 작품을 보다 보니 현재 시점에서 입양인 얘기를 ‘함께 살 수 있을까?’의 관점으로 다루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공감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일을 겪었는지 충분히 보고 겪어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다. 

아직 사람들은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 억울한 , 모순되는 것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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