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비건 식당 사업가가 이상한 남자를 만나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처럼 사기당한 과정을 구술한다.
에피소드 4개.
에피소드 1에선 어떻게 셰인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됐는지, 주인공 사르마의 인터뷰와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사르마는 셰인이라는 남자에게 빠진다. 가끔씩 돈을 달라고 하지만, CIA와 관련된 듯한 비밀스러운 남자였다고 진술한다. 1편 마지막 부분에서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말하는데, 주변인들은 모두 그 상황을 의심스러워하고, 사르마도 그다지 기쁜 마음으로 한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얘기가 다큐 안에서 제대로 풀어지지 않기 때문에, 언제부터 그녀가 이 남자의 행위에 가담을 하게 됐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에피소드 2, 3편에선 이 남자가 이름을 바꿔가며 돈을 요구해간 과정이 조금씩 드러난다. 사르마의 인터뷰를 통해, 식당 직원들을 통해 남자의 이상한 언행이 묘사된다. 하나의 에피소드로, 셰인이 사르마를 외국으로 보낸 후 자신이 식당에 전면적으로 등장해 회의를 소집하고 결정권을 가져가겠다고 한다. 투자자나 식당 직원들 모두 그를 의심하고, 사르마도 의심한다.
에피소드 4. 식당 직원들의 급료가 밀리고 투자자들이 자신의 돈이 횡령됐음을 알고 경찰에 신고한다. 이때부터 사르마와 셰인은 도피 생활을 시작한다. 도피 전 어느 순간부터 사르마는 셰인의 행동이 사기임을 인지했지만 한 배를 타고 도망을 간다.
사르마라는 여성이 넷플릭스 시리즈 출연을 결심한 것은 사기 피해자임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출연료 때문이었을까?
다큐멘터리만 봤을 때 잘 만들어진 다큐로 보긴 어렵다. 메시지도 어정쩡한 인상. 형식도 애매해 보임.
인터뷰는 모두 밝은 곳에서 - 야외 수영장 배경, 깔끔한 부엌 배경, 밝은 톤의 스튜디오 등- 마치 광고처럼 깔끔한 조명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내용은 계속해서 사기당한 얘기다. 물론, 그런 스타일의 의도는 무겁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 같지만, 무거운 얘기를 깔끔한 배경의 인터뷰로 한다고 해서 가볍게 잘 만든 다큐로 보이진 않는다.
그냥.. 넷플릭스 콘셉트이려니..
오히려 에피소드 4편에서 체포 당일 전에 찍힌 핸드폰 영상이나 경찰차의 cctv 영상이 진실성 있게 다가온다. 체포일 전후로 있는 핸드폰 영상을 더 많이 사용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남자의 핸드폰에서 추출한 영상인 것 같은데, 대체 저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을 촬영해 두었을까..? 그리고, 감독은 저 영상을 어떻게 입수한 걸까?
이야기의 주인공이 워낙 유명하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 사기꾼 남자는 벌써 출소했으니- 상황의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의도만 재밌었을 뿐.
아무래도 아이폰 광고를 위해 기획이 가장 컸을 테고, 그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글로벌하다는 인식을 확장시키려는 거였나?
예전에 박찬경, 박찬욱 감독님들의 <파란만장>은 재밌게 봤었는데.. 이번 작업은 글쎄… 잘 모르겠다.
당시엔 베를린 여행 중이고, 마침 베를린 영화제에 놀러 갔다가 상영 목록에 있길래 우연히 봤던 기억이 난다. 나를 둘러싼 대부분의 백인 관객들이 매우 즐거워하던 분위기가 떠오른다. 무당이 나오는 장면에서 다들 숨죽이던 공기도. 그렇게까지 신기하다는 느낌이 전해졌달까... 오리엔탈리즘을 만끽하던 공기라고나 할까. 복합적인 감정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삶과 죽음의 경계를 극적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웃음과 울음을 교차시키는 연출력에 매우 감탄했다. 조명을 얼마나 비싸게 쳤던지간에 아이폰으로 촬영해서 저런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의외의 신선함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번 작품은 위의 언급한 것과는 달리 하나도 와닿은 것이 없다. 이제는 아이폰으로 영화 찍을 수 있다는 것도 별로 새롭지도 않고.. 심지어 오리엔탈리즘을 자극하지도 못한 것은 아닌가?
그리고 창이 나오는데 너무 노래를 못한다. 제대로 소리하는 사람을 쓰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파킹찬스의 작품들이 좋다.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