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 예술대상에서 시나리오상을 받은 작품.
형사 수사물치고 상당히 느린 호흡과 최소한의 컷만 사용한 인상이다.
소녀의 감정이 연출의 코어였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만약에 빠른 호흡의 편집과 동선을 짰다면 그녀의 섬세한 감정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생각하면 정확한 선택이다.
그러나 보는 내내 ‘형사수사 - 서스펜스’라는 장르에 자꾸 기대려는 내가 보였다. 그렇게 접근하면 영화를 계속 보기 어렵다.
줄거리는,
이혼 조정 중인 경찰(김혜수 분)이 트라우마 상태에서 자살 소녀 실종-사망 추정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한 작은 마을에 간다. 그곳에서 형사는 소녀의 처지에 자신을 이입한다. 형사는 아무도 소녀의 편이 없음에 분노하며 사건에 더욱 집착한다. 형사는 동네의 순천댁이 소녀를 자신의 조카로 신분 위장시켜 외국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내가 죽던 날> 그 소녀는 새로운 인물로 탄생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의 과제는, ‘정말 소녀는 죽었는가?’ 진실을 찾는 것이다.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심증으로 수사 방향을 이끈다.
객관적으로 보면 커다란 사건으로 보이지 않고, 형사 캐릭터가 집중할 만한 사건이 아니다. 그러나 형사는 소녀가 자신과 같은 처지라 믿기 때문에 계속 집착하며 수사한다. 결국 형사가 발견한 것은 그녀의 뒤바뀐 신분이다.
이 부분 때문에 높이 평가받는 듯이 보이는데..
사건의 반전이라기보다, 감정의 반전을 이끌어낸 굉장히 여성적이고 섬세한 수사방식의 시나리오 같은 느낌.
내가 그 아이와 같다는 심정은 무엇인가.
모두가 나를 비난하고 있는데, 이 사건을 통해서 나를 구제하고 싶은 느낌.
'주인공이 자기 사건을 중심에 놓고 있지 않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주인공의 것으로 만드느냐.'의 하나의 선례를 보다.
김혜수 배우의 등장이 다른 인물들과 결이 좀 안 맞는 듯 하지만, 그녀만의 캐릭터 때문에 극을 계속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다이내믹을 위해서 흡인력 있는 배우가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추운 주막에 다들 모였다.
모인 이유가 있다. 이 중에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다 죽는다.
타란티노의 영화에선 주연과 조연이 딱히 구분되기 어렵다. 하지만 타란티노 영화 중 가장 재미가 없었다.
왜?
너무 미국의 역사에 치중돼서?
너무 액션이 없어서?
타란티노의 영화 대사를 보고 낄낄댈 줄 알아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내가 그걸 못 즐기는 인간이란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