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새로운 계절의 문 앞에서

by bookground

그와 헤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저 나는 그를 좋아했던 것 뿐이었다.


그와 함께했던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

크게 싸운 적도 없고 감정의 골이 깊어졌던 적도 없다.

그래서 그 시간을 후회하지도 않는다.


어떤 인연은 깊어지기 전에 끝나기도 한다.

우리의 시간도 아마 그런 시간이었을 것이다.

인연은 여기까지였지만 이상하게도 완전히 끝난 느낌은 아니었다.

마치 어딘가에 아직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헤어진 후 몇 일 뒤.

나는 그 공연장에 왔다.

전태일과 옥수린이 같이 무대에 서는 날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나는 로비에 서 있었다.

배우들이 하나둘 분장실에서 나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오늘 나는 한 가지 질문을 하려고 한다.

아주 무례할 수도 있지만 꼭 확인해야 하는 질문.

하지만 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질문.


전태일과 옥수린.

내가 그를 만나던 시간에 그 둘이 동료 사이 이상이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는 생각보다 나를 배려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으니깐


하지만 오늘만큼은 확인해야만 했다.

그 둘의 감정은 이미 끝난 감정인지.

아니면 여전히 유효한 감정인지.

그 대답에 따라 나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


내 손이 무의식처럼 배 위에 올라가 있었다.

며칠 전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안에 또 다른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이 생명이 우리 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이 질문은 꼭 해야만 했다.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로비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지금 새로운 계절의 문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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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을 함께 걸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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