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탄생
1960년대 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나라를 다시 세우고 있던 시기였다.
1960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80달러 수준이었다.
산업 기반은 거의 없었고, 기술력도 부족했다.
당시 한국의 주요 수출품은 광물과 농산물 같은 1차 산업 제품이었다.
기계를 만들 기술도, 첨단 산업을 키울 기반도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한 가지 선택을 한다.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과학기술 연구소를 만든다는 것은
당시 기준으로 보면 매우 낯선 선택이었다.
그러나 당시 정책 결정자들은 다른 판단을 하고 있었다.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노동력이나 자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이 필요했고, 그 기술을 만들어 낼 기반이 필요했다.
1962년 한국 정부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다.
이 계획의 핵심 목표는 산업화를 통한 경제 성장이다.
하지만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곧 한 가지 문제가 드러난다.
기술이 없었다.
당시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었다.
공장을 세우기 위해 기계를 수입하고, 외국 기술자를 초청해야 했다.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술을 배우고, 기술을 개발할 기관이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과학기술 연구 기반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설립이다.
1966년 설립된 KIST는 한국 최초의 종합 과학기술 연구소였다.
1969년 완공된 서울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캠퍼스. KIST는 1966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종합 과학기술 연구기관으로, 산업화 초기 한국의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핵심 연구소였다. (출처: KIST)
1966년 KIST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지금처럼 연구소 건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연구원들은 청계천 6가 한일은행 건물과 종로 YMCA 건물의 일부 공간을 빌려 연구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연구소 건물이 세워진 것은 1969년 서울 성북구 홍릉에 연구소가 완공되면서부터였다.
당시 KIST는 단순한 학문 연구 기관이 아니라 산업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로 설계되었다.
화학, 금속, 기계, 전자 등 산업 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기업에 이전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었다.
KIST 설립에는 미국의 지원이 있었다.
1965년 5월, 베트남전 파병의 감사의 표시로
박정희 대통령은 존슨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자리가 마련되었다.
당시 존슨 대통령은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한국에 공과 대학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공과대학 대신 한국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연구소를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제안으로 존슨 대통령은 1,000만 달라 규모의 미국 원조를 약속했다.
1965년 정상회담 이후 KIST 설립은 구체적인 사업으로 추진되기 시작한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지원을 통해 연구소 설립이 추진되었고
해외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과학자들도 국내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이 KIST 설립을 지원한 이유는 단순한 경제 협력만은 아니었다.
1960년대는 냉전 시대였다.
미국은 한국을 자유 진영의 산업 국가로 성장시키려는 전략적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안보의 문제이기도 했다.
과학기술 연구소 설립은 한국을 산업 국가로 성장시키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었다.
KIST는 한국 과학기술의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나에게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나는 석사 과정을 KIST에서 보냈다.
연구소에서 공부하며 느낀 것은 이 기관이 단순한 연구소가 아니라
한국 과학기술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온 공간이라는 사실이었다.
1960년대 가난한 나라가 만들었던 작은 연구소는
지금까지도 한국 과학기술 연구의 중요한 축으로 남아 있다.
1966년 KIST 설립은 단순한 연구기관 설립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 경제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선택이었다.
이후 한국 정부는 점점 더 많은 자원을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투자는
반도체, 정보통신, 바이오산업 등 다양한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된다.
가난한 나라가 연구소를 만든 이유는 단순했다.
기술 없이 산업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음 글에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속에서 기술 정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참고문헌
- 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www.kist.re.kr)
- 디지털타임스, 「[과학기술 50년] 65년 한·미 공동 성명 속 KIST 탄생비화가…」, 2016.1.12.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이루어진 연구개발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다음 글부터는 그 투자가 어떻게 산업이 되고,
국가의 변화를 만들어 왔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